왕신

한국무속신앙사전
집안에 정식으로 [봉안](/topic/봉안)(奉安)한 처녀의 [혼백](/topic/혼백). 곡식을 넣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삼아 집 뒤란 [장독대](/topic/장독대)에 모시거나 [치마](/topic/치마), [저고리](/topic/저고리) 등을 넣은 동고리나 반짇고리를 신체로 하여 [벽장](/topic/벽장)이나 [다락](/topic/다락)에 앉힌다.

이승에서 정처없이 떠돌던 처녀 귀신은 왕신으로 좌정(坐定)하여 가족들의 지극한 정성을 받는 대신에 일종의 ‘[가신](/topic/가신)(家神)’이나 ‘비운(悲運)의 [조상신](/topic/조상신)(祖上神)’으로서 집안을 잘 보살핀다. 그러나 왕신은 조금만 서운해도 집안에 큰 풍파를 일으키는 매우 무섭고 사나운 신령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왕신을 모시면 언젠가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에는 왕신 모시기를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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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정식으로 [봉안](/topic/봉안)(奉安)한 처녀의 [혼백](/topic/혼백). 곡식을 넣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삼아 집 뒤란 [장독대](/topic/장독대)에 모시거나 [치마](/topic/치마), [저고리](/topic/저고리) 등을 넣은 동고리나 반짇고리를 신체로 하여 [벽장](/topic/벽장)이나 [다락](/topic/다락)에 앉힌다. 이승에서 정처없이 떠돌던 처녀 귀신은 왕신으로 좌정(坐定)하여 가족들의 지극한 정성을 받는 대신에 일종의 ‘[가신](/topic/가신)(家神)’이나 ‘비운(悲運)의 [조상신](/topic/조상신)(祖上神)’으로서 집안을 잘 보살핀다. 그러나 왕신은 조금만 서운해도 집안에 큰 풍파를 일으키는 매우 무섭고 사나운 신령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왕신을 모시면 언젠가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에는 왕신 모시기를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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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영
정의집안에 정식으로 [봉안](/topic/봉안)(奉安)한 처녀의 [혼백](/topic/혼백). 곡식을 넣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삼아 집 뒤란 [장독대](/topic/장독대)에 모시거나 [치마](/topic/치마), [저고리](/topic/저고리) 등을 넣은 동고리나 반짇고리를 신체로 하여 [벽장](/topic/벽장)이나 [다락](/topic/다락)에 앉힌다.

이승에서 정처없이 떠돌던 처녀 귀신은 왕신으로 좌정(坐定)하여 가족들의 지극한 정성을 받는 대신에 일종의 ‘[가신](/topic/가신)(家神)’이나 ‘비운(悲運)의 [조상신](/topic/조상신)(祖上神)’으로서 집안을 잘 보살핀다. 그러나 왕신은 조금만 서운해도 집안에 큰 풍파를 일으키는 매우 무섭고 사나운 신령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왕신을 모시면 언젠가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에는 왕신 모시기를 포기하게 된다.
정의집안에 정식으로 [봉안](/topic/봉안)(奉安)한 처녀의 [혼백](/topic/혼백). 곡식을 넣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삼아 집 뒤란 [장독대](/topic/장독대)에 모시거나 [치마](/topic/치마), [저고리](/topic/저고리) 등을 넣은 동고리나 반짇고리를 신체로 하여 [벽장](/topic/벽장)이나 [다락](/topic/다락)에 앉힌다.

이승에서 정처없이 떠돌던 처녀 귀신은 왕신으로 좌정(坐定)하여 가족들의 지극한 정성을 받는 대신에 일종의 ‘[가신](/topic/가신)(家神)’이나 ‘비운(悲運)의 [조상신](/topic/조상신)(祖上神)’으로서 집안을 잘 보살핀다. 그러나 왕신은 조금만 서운해도 집안에 큰 풍파를 일으키는 매우 무섭고 사나운 신령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왕신을 모시면 언젠가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에는 왕신 모시기를 포기하게 된다.
내용1. 왕신 탄생의 심리적 배경
모든 죽음은 망자 본인과 그의 가족들을 불행과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한 인간으로서 완성된 삶과 그에 따른 복락을 누리지 못한 채 맞이한 죽음은 상명지통(喪明之痛)을 유발한다. 슬피 운 끝에 두 눈이 멀 정도로 고통스럽다. 어린이나 젊은이가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악상(惡喪)이나 젊어서 죽은 참상(慘喪), 사고로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생초상(生初喪) 등이 그러하다.

비극적 죽음의 하나가 미혼 청춘 남녀의 사망이다. 이들은 부모 가슴에 묻힌 불효자이다. 부모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참담한 아픔을 준 것이다. 이들 청춘 혼신(魂神) 스스로도 더없이 원통(冤痛)하다. 적령(適齡)에 이르렀으나 미처 혼인을 하지 못하고, 부부지애(夫婦之愛)나 자식 키우는 세상 재미 등도 보지 못하고 후사(後嗣) 없이 삶을 마감했기 때문에 그만큼 분하고 서럽다. 원(怨)과 한(恨)이 극도로 맺히지 않을 수 없다.

청춘 혼신 중에서도 처녀는 총각보다 원한이 훨씬 많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 원한 때문에 처녀 귀신은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승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녀는 이 세상을 떠돌며 식구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자꾸 접촉하려고 한다. 귀신이 사람 주변을 얼씬거리면서 가까이 하면 무서운 변고(變故)가 생길 수 있다. 원한에 사무친 처녀 귀신은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

딸의 죽음은 아들에 대한 선호나 애착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층 애처롭다. 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단장(斷腸)의 슬픔이 전제되지만 몸과 마음이 가녀린 딸은 심히 가엽고 불쌍하다. 한편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에서도 보듯 처녀 귀신의 응[어리](/topic/어리)진 마음은 그만큼 매섭고 독하다. 여성과 남성의 한이 지닌 강도와 영향력은 그토록 다르다.

미혼으로 죽은 딸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과 연민, 원한이 깊은 처녀귀신은 매우 위험하다는 민속적 관념은 그녀의 고혼(孤魂)을 왕신으로 좌정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정처 없이 방황하며 서러워하는 처녀 귀신을 왕신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집안에 정식으로 앉혀서 극진히 보살피며 위하는 일은 부모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식 사랑이다. 또한 왕신 [봉안](/topic/봉안)을 통하여 그녀의 가탈이나 해코지 가능성을 낮추거나 제거한다면 더욱 좋은 것이다.

요컨대 왕신은 ‘미혼으로 죽은 딸에 대한 가족의 애절한 사랑’과 ‘그녀의 원한이 지닌 위험성을 소멸시키려는 종교적 욕구’가 빚어낸 신령이다. 그리고 왕신 봉안은 처녀 귀신을 위로하고 달래며 때로는 제어하여 그 위험성을 없애거나 완화시키는 민속적 대응 방식의 하나이다.

2. 신체와 그 봉안 과정
모든 처녀 귀신이 왕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당이나 법사(경쟁이)가 한 가정의 재앙이나 사고의 원인을 처녀의 원혼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그녀를 왕신으로 모시라고 지시하면 가내(家內)에 왕신을 봉안하게 된다.

매우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다른 집안에서 모시던 왕신의 신체, 즉 [왕신단지](/topic/왕신단지) 등을 우연히 습득하게 된 경우에도 자신의 혈육은 아니지만 모실 수 있다. 신체를 발견했음에도 수습하지 않으면 해(害)를 크게 입을 수 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집안을 크게 일으켜 준다고 기대하여 모신다.

신체의 형태와 봉안 위치는 집안마다 다소 다르다. 대체로 조그만 단지 안에 곡식을 담아서 신체로 삼고 [장독대](/topic/장독대)에 봉안한다. 왕신은 다른 사람 모르게 비밀스럽게 모시는 것이 좋기 때문에 단지에 [짚주저리](/topic/짚주저리)를 씌워서 터줏단지로 위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독대 부근에 단지를 묻어 놓기도 한다. 때로는 영등할머니의 [물대](/topic/물대)처럼 세 개의 막대기를 서로 엇걸어 세우거나, 세 개의 나뭇[가지](/topic/가지)가 역(逆)삼발이처럼 되어 있는 어린 소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단지를 모신다. 부잣집에서는 큰 항아리에 곡식을 한 [가마니](/topic/가마니) 정도 넣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이웃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그만 단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단지 안의 곡식은 봄가을로 햇곡식이 나면 새로 갈아 준다. 묵은 곡식으로는 밥을 지어 반드시 집안 식구끼리만 먹어야 한다. 개나 닭 등이 왕신단지의 곡식을 조금이라도 먹었다가는 큰일난다고 여긴다.

단지 안에는 곡식만이 아니라 처녀의 사주(四周), [혼백](/topic/혼백)(종이로 오려 만든 사람), [허재비](/topic/허재비)를 넣기도 한다. 이는 왕신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종의 신주(神主)이다. 이러한 왕신단지나 항아리는 흔히 장독대 뒤쪽에 모신다.

그 밖에도 반짇고리나 동고리에 [치마](/topic/치마)저고리, 옷감, 돈 등을 넣어 신체로 삼는다. 이런 경우에는 왕신을 [다락](/topic/다락)이나 [벽장](/topic/벽장) 등 집안의 후미진 곳에 모셔둔다.

왕신을 더욱 정성껏 위한다면 아예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하여 모신다. 대개 [시렁](/topic/시렁)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봉안한다. 서해안 어촌에서는 [건넌방](/topic/건넌방)에 많이 모신다.

다른 신령과 마찬가지로 왕신도 깨끗하고 조용한 장소에 봉안하지만 되도록이면 신체가 눈에 띄지 않도록 숨기는 경향이 있다.

3. 왕신 위하기
왕신은 모시기가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 기왕에 위하려면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지 까닥 잘못하면 집안 식구 하나 죽어 나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왕신단지를 장독대에 모셨다면 특별한 일이 없이 그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린다.

집 안에 왕신단지를 모셨다면 다른 [가신](/topic/가신)보다도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집 안에 떡 한 덩이나 헝겊 조각 하나라도 들어오면 일단 왕신에게 바쳐야 한다. 별식(別食)을 마련해도 마찬가지이다. 새색시도 왕신에게 먼저 폐백(幣帛)을 올려야 한다. [부고](/topic/부고)(訃告)를 받아도 먼저 왕신에게 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왕신의 노여움은 걷잡을 수 없다고 한다.

집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매달 초사흗날이나 초이렛날에 떡을 해서 위한다. 물론 각종 명절 때에는 제물을 제대로 갖추어 모시기도 한다. 이때 왕신단지의 짚주저리는 벗겨 놓는다.

왕신을 어느 정도 모시다가 버거우면 새색시로 하여금 없애게 한다. 갓 시집 온 신부만이 왕신을 제어할 수 있다. 새색시가 [신행](/topic/신행)(新行)을 왔을 때 또는 신혼 초기에 왕신단지를 깨트리거나 버리면 왕신은 못살겠다고 하여 그 집을 떠난다는 것이다. 새색시는 처녀와 부인 사이의 경계지역(liminal zone)에 있는 위험하고 불안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왕신조차도 새색시의 기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편 법사에게 의뢰하여 왕신단지를 없애기도 한다. 이때에는 ‘고혼풀이’를 해 주어야 뒤탈이 없다.

4. 왕신의 성격
왕신이란 호칭에서 ‘왕(王)’은 ‘국가의 최고 통치자’보다 ‘전횡(專橫)을 일삼는 폭군’의 뜻에 가깝다. 특히 자신의 뜻에 맞지 않거나 비위를 거스르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폭력을 휘두르는 왕의 모습에서 왕신의 신격(神格)이 유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음에 들면 무한한 특혜를 베푸는 것도 왕을 닮았다.

전횡적 군주를 대하는 신하는 늘 불안하다. 언제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삭탈관직(削奪官職)을 당하고 유배를 가거나 심지어 사형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초조와 긴장 속에서 왕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러다가 왕의 남다른 총애를 받으면 차서(次序)를 뛰어넘는 승진을 하고 왕의 권세를 배경으로 하여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은 항상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왕신과 그를 모시는 가족들 간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왕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지성으로 모셔야 한다. 모든 식구가 왕신만을 바라보며 최고의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 조금만 정성이 부족하면 금세 탈이 나서 식구 한 사람쯤 죽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다. 반면에 왕신의 마음이 흡족하면 가세(家勢)를 불길처럼 크게 일으킨다.

이러한 왕신의 극단적인 이중성은 식구들과 왕신 간의 관계를 장기간 지속시키지 못하게 한다. 식구들은 잘한다고 해도 왕신만이 잡아내는 꼬투리는 예측하기 어렵다. 백 번을 잘해도 한 번의 사소한 실수로 집안이 풍비박산할 수 있다. 왕신의 무섭고 까다로운 성격을 모두 맞추며 모시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왕신을 모시는 식구들의 피로는 축적되어 마침내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왕신을 오랫동안 모시면 결국 집안에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왕신은 식구들로 부터 버림을 받는다. 왕신을 저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왕신의 해코지를 방어하고 극복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애지중지하며 치성을 올리던 왕신이 어느 순간부터 ‘왕신덩어리’로 폄하되고, 종국에는 꺼리며 귀찮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왕신 모시기의 근원적 한계이다.
참고문헌충남지역 가정신앙의 제 유형과 성격 (이필영, 샤머니즘 연구 3, 한국샤머니즘학회, 2001)
처녀․총각의 죽음과 그 상례 연구 (오선영, 한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내용1. 왕신 탄생의 심리적 배경
모든 죽음은 망자 본인과 그의 가족들을 불행과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한 인간으로서 완성된 삶과 그에 따른 복락을 누리지 못한 채 맞이한 죽음은 상명지통(喪明之痛)을 유발한다. 슬피 운 끝에 두 눈이 멀 정도로 고통스럽다. 어린이나 젊은이가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악상(惡喪)이나 젊어서 죽은 참상(慘喪), 사고로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생초상(生初喪) 등이 그러하다.

비극적 죽음의 하나가 미혼 청춘 남녀의 사망이다. 이들은 부모 가슴에 묻힌 불효자이다. 부모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참담한 아픔을 준 것이다. 이들 청춘 혼신(魂神) 스스로도 더없이 원통(冤痛)하다. 적령(適齡)에 이르렀으나 미처 혼인을 하지 못하고, 부부지애(夫婦之愛)나 자식 키우는 세상 재미 등도 보지 못하고 후사(後嗣) 없이 삶을 마감했기 때문에 그만큼 분하고 서럽다. 원(怨)과 한(恨)이 극도로 맺히지 않을 수 없다.

청춘 혼신 중에서도 처녀는 총각보다 원한이 훨씬 많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 원한 때문에 처녀 귀신은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승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녀는 이 세상을 떠돌며 식구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자꾸 접촉하려고 한다. 귀신이 사람 주변을 얼씬거리면서 가까이 하면 무서운 변고(變故)가 생길 수 있다. 원한에 사무친 처녀 귀신은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

딸의 죽음은 아들에 대한 선호나 애착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층 애처롭다. 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단장(斷腸)의 슬픔이 전제되지만 몸과 마음이 가녀린 딸은 심히 가엽고 불쌍하다. 한편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에서도 보듯 처녀 귀신의 응[어리](/topic/어리)진 마음은 그만큼 매섭고 독하다. 여성과 남성의 한이 지닌 강도와 영향력은 그토록 다르다.

미혼으로 죽은 딸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과 연민, 원한이 깊은 처녀귀신은 매우 위험하다는 민속적 관념은 그녀의 고혼(孤魂)을 왕신으로 좌정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정처 없이 방황하며 서러워하는 처녀 귀신을 왕신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집안에 정식으로 앉혀서 극진히 보살피며 위하는 일은 부모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식 사랑이다. 또한 왕신 [봉안](/topic/봉안)을 통하여 그녀의 가탈이나 해코지 가능성을 낮추거나 제거한다면 더욱 좋은 것이다.

요컨대 왕신은 ‘미혼으로 죽은 딸에 대한 가족의 애절한 사랑’과 ‘그녀의 원한이 지닌 위험성을 소멸시키려는 종교적 욕구’가 빚어낸 신령이다. 그리고 왕신 봉안은 처녀 귀신을 위로하고 달래며 때로는 제어하여 그 위험성을 없애거나 완화시키는 민속적 대응 방식의 하나이다.

2. 신체와 그 봉안 과정
모든 처녀 귀신이 왕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당이나 법사(경쟁이)가 한 가정의 재앙이나 사고의 원인을 처녀의 원혼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그녀를 왕신으로 모시라고 지시하면 가내(家內)에 왕신을 봉안하게 된다.

매우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다른 집안에서 모시던 왕신의 신체, 즉 [왕신단지](/topic/왕신단지) 등을 우연히 습득하게 된 경우에도 자신의 혈육은 아니지만 모실 수 있다. 신체를 발견했음에도 수습하지 않으면 해(害)를 크게 입을 수 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집안을 크게 일으켜 준다고 기대하여 모신다.

신체의 형태와 봉안 위치는 집안마다 다소 다르다. 대체로 조그만 단지 안에 곡식을 담아서 신체로 삼고 [장독대](/topic/장독대)에 봉안한다. 왕신은 다른 사람 모르게 비밀스럽게 모시는 것이 좋기 때문에 단지에 [짚주저리](/topic/짚주저리)를 씌워서 터줏단지로 위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독대 부근에 단지를 묻어 놓기도 한다. 때로는 영등할머니의 [물대](/topic/물대)처럼 세 개의 막대기를 서로 엇걸어 세우거나, 세 개의 나뭇[가지](/topic/가지)가 역(逆)삼발이처럼 되어 있는 어린 소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단지를 모신다. 부잣집에서는 큰 항아리에 곡식을 한 [가마니](/topic/가마니) 정도 넣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이웃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그만 단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단지 안의 곡식은 봄가을로 햇곡식이 나면 새로 갈아 준다. 묵은 곡식으로는 밥을 지어 반드시 집안 식구끼리만 먹어야 한다. 개나 닭 등이 왕신단지의 곡식을 조금이라도 먹었다가는 큰일난다고 여긴다.

단지 안에는 곡식만이 아니라 처녀의 사주(四周), [혼백](/topic/혼백)(종이로 오려 만든 사람), [허재비](/topic/허재비)를 넣기도 한다. 이는 왕신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종의 신주(神主)이다. 이러한 왕신단지나 항아리는 흔히 장독대 뒤쪽에 모신다.

그 밖에도 반짇고리나 동고리에 [치마](/topic/치마)저고리, 옷감, 돈 등을 넣어 신체로 삼는다. 이런 경우에는 왕신을 [다락](/topic/다락)이나 [벽장](/topic/벽장) 등 집안의 후미진 곳에 모셔둔다.

왕신을 더욱 정성껏 위한다면 아예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하여 모신다. 대개 [시렁](/topic/시렁)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봉안한다. 서해안 어촌에서는 [건넌방](/topic/건넌방)에 많이 모신다.

다른 신령과 마찬가지로 왕신도 깨끗하고 조용한 장소에 봉안하지만 되도록이면 신체가 눈에 띄지 않도록 숨기는 경향이 있다.

3. 왕신 위하기
왕신은 모시기가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 기왕에 위하려면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지 까닥 잘못하면 집안 식구 하나 죽어 나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왕신단지를 장독대에 모셨다면 특별한 일이 없이 그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린다.

집 안에 왕신단지를 모셨다면 다른 [가신](/topic/가신)보다도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집 안에 떡 한 덩이나 헝겊 조각 하나라도 들어오면 일단 왕신에게 바쳐야 한다. 별식(別食)을 마련해도 마찬가지이다. 새색시도 왕신에게 먼저 폐백(幣帛)을 올려야 한다. [부고](/topic/부고)(訃告)를 받아도 먼저 왕신에게 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왕신의 노여움은 걷잡을 수 없다고 한다.

집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매달 초사흗날이나 초이렛날에 떡을 해서 위한다. 물론 각종 명절 때에는 제물을 제대로 갖추어 모시기도 한다. 이때 왕신단지의 짚주저리는 벗겨 놓는다.

왕신을 어느 정도 모시다가 버거우면 새색시로 하여금 없애게 한다. 갓 시집 온 신부만이 왕신을 제어할 수 있다. 새색시가 [신행](/topic/신행)(新行)을 왔을 때 또는 신혼 초기에 왕신단지를 깨트리거나 버리면 왕신은 못살겠다고 하여 그 집을 떠난다는 것이다. 새색시는 처녀와 부인 사이의 경계지역(liminal zone)에 있는 위험하고 불안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왕신조차도 새색시의 기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편 법사에게 의뢰하여 왕신단지를 없애기도 한다. 이때에는 ‘고혼풀이’를 해 주어야 뒤탈이 없다.

4. 왕신의 성격
왕신이란 호칭에서 ‘왕(王)’은 ‘국가의 최고 통치자’보다 ‘전횡(專橫)을 일삼는 폭군’의 뜻에 가깝다. 특히 자신의 뜻에 맞지 않거나 비위를 거스르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폭력을 휘두르는 왕의 모습에서 왕신의 신격(神格)이 유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음에 들면 무한한 특혜를 베푸는 것도 왕을 닮았다.

전횡적 군주를 대하는 신하는 늘 불안하다. 언제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삭탈관직(削奪官職)을 당하고 유배를 가거나 심지어 사형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초조와 긴장 속에서 왕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러다가 왕의 남다른 총애를 받으면 차서(次序)를 뛰어넘는 승진을 하고 왕의 권세를 배경으로 하여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은 항상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왕신과 그를 모시는 가족들 간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왕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지성으로 모셔야 한다. 모든 식구가 왕신만을 바라보며 최고의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 조금만 정성이 부족하면 금세 탈이 나서 식구 한 사람쯤 죽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다. 반면에 왕신의 마음이 흡족하면 가세(家勢)를 불길처럼 크게 일으킨다.

이러한 왕신의 극단적인 이중성은 식구들과 왕신 간의 관계를 장기간 지속시키지 못하게 한다. 식구들은 잘한다고 해도 왕신만이 잡아내는 꼬투리는 예측하기 어렵다. 백 번을 잘해도 한 번의 사소한 실수로 집안이 풍비박산할 수 있다. 왕신의 무섭고 까다로운 성격을 모두 맞추며 모시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왕신을 모시는 식구들의 피로는 축적되어 마침내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왕신을 오랫동안 모시면 결국 집안에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왕신은 식구들로 부터 버림을 받는다. 왕신을 저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왕신의 해코지를 방어하고 극복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애지중지하며 치성을 올리던 왕신이 어느 순간부터 ‘왕신덩어리’로 폄하되고, 종국에는 꺼리며 귀찮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왕신 모시기의 근원적 한계이다.
참고문헌충남지역 가정신앙의 제 유형과 성격 (이필영, 샤머니즘 연구 3, 한국샤머니즘학회, 2001)
처녀․총각의 죽음과 그 상례 연구 (오선영, 한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집문당한국무속연구김태곤1981
박이정씻김굿무가이경엽2000
국립문화재연구소무구이경엽·최진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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