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걸립

한국무속신앙사전
[만신](/topic/만신)의 [내림굿](/topic/내림굿)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걸립 행위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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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topic/만신)의 [내림굿](/topic/내림굿)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걸립 행위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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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선
정의[만신](/topic/만신)의 [내림굿](/topic/내림굿)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걸립 행위 가운데 하나.
내용강신무권에서 신이 내리게 되면 [내림굿](/topic/내림굿)을 하기 위해 [마을](/topic/마을)의 권역을 돌게 된다. 이를 흔히 계면돌기라고 한다. 일곱 집, 스물한 집, 스물여덟 집 등 일곱 수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 불리는 소리를 한다. 이를 걸립무가라고 한다. 이 무가는 대체로 일정한 관용구로 이루어져 있다. 걸립무가는 ‘불리러 왔고 외기로 왔다’는 관용구를 집어넣는다. 쇠걸립은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쇠걸립을 할 때 부르는 무가는 다음과 같다. “외기러 왔소 불리러 왔소 닫은 문을 열러 왔소 죽은 쇠 모아다 산 쇠 만들려고 불릴 쇠를 걸립 왔소 외길 쇠 걸립 왔소 칠 년지 일곱 해가 된 [대주](/topic/대주)님의 놋주발을 내놓으시오. 사룽(선반) 위에 있소 밥이 담겨져 솥 안에 있소이다. 우는 쇠라 하니 걸립을 줘야 이 댁 가중에 장남자손이 건강하겠소이다.”

쇠걸립의 핵심적인 내용은 장차 만신이 사제자 노릇을 하는 데 필요한 놋쇠를 모으는 것이다. 즉 쇠걸립은 장차 [단골](/topic/단골)이 될 집을 방문하여 놋쇠로 된 숟가락, 젓가락, 주발, 대접, 푼주 등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이 놋쇠를 모아서 만신 노릇을 할 때 쓰는 무구를 만든다. 무구는 주로 [대신칼](/topic/대신칼), [명도](/topic/명도), 방울 등이다. 이는 사제자 노릇을 하기 위한 단골들의 원조와 추대 절차가 이러한 걸립 과정으로 형식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쇠걸립은 쌀걸립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만신이 자신의 내림굿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쌀이다. 쌀을 걸립하면서 역시 쌀을 비는 말을 하고 예비 단골과의 관계를 갖는다. 단골 후보들은 강신자에게 쌀과 쇠를 내어주면서 이 쌀과 쇠를 매개로 해서 자신들의 궁금한 점과 종교적인 의문 사항을 묻고 처방을 받게 된다. 이 단골관계의 맺음이 무속 종교에서 가장 긴요한 면모라고 할 수도 있다.

쇠걸립은 서울, 경기도, 황해도 일대에서 활발하게 연행되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쒜동냥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 역시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쒜동냥에서는 쒜를 빌려다가 [삼멩두](/topic/삼멩두)라는 무구를 만들거나 [울쇠](/topic/울쇠)를 만들어서 굿을 하는 밑천으로 삼는다. 그 절차와 기능이 동일하므로 쇠걸립과 쒜동냥은 같은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쒜동냥의 실상이 심방의 의례에서 쒜놀림이라는 아주 독특한 의례와 연계되어 있어 주목된다. 자신이 만든 삼멩두와 스승이 물려준 삼멩두 가운데 천문과 상잔을 하나로 합쳐서 자신들의 의문나는 점을 확인하는 의례를 거행한다. 이런 점에서 매우 독자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쇠걸립은 사제계승권과 자신의 판도를 구축하는 사제자와 신도 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제의 계승권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이 전통은 일찍이 [유리왕신화](/topic/유리왕신화)의 전통 속에서 확인된 바 있다. 유리태자가 주몽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왕인 주몽은 [수수](/topic/수수)께끼를 내고 특정한 것을 찾아와야 자신의 자식임을 인정하는 절차를 부여한다.

이것의 핵심은 부러진 칼 토막을 찾는 것이다. 이 부러진 칼 토막이 곧 쇠걸립의 전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쇠가 울면서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유리는 마침내 칼을 찾아내 이를 [가지](/topic/가지)고 주몽에게 가서 부러진 칼 토막을 합쳐서 마침내 하나의 칼을 완성하고 동시에 유리가 하늘에 오르는 비상술을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이 쇠걸립과 대응하는 고대적 기록이다. 온전하게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쇠걸립을 하는 과정이 어떠한 신화적 전통 속에 잠재된 행위이며, 다른 의례에서 어떻게 지속되는지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다. 쇠걸립은 과거의 신화와 현재의 의례가 만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조선민속지 (秋葉隆, 동문선, 1993)
한국무속과 연희 (이두현,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6)
문음사김금화 무가집김금화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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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문화사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하효길2002
비교민속학 23민속무용과 예술양종승2002
도서출판 民俗苑한국의 굿하효길 외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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