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선비 청정각씨 노래

한국무속신앙사전
함경도 지역의 새남굿 또는 망묵굿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 혼인 첫날에 죽은 신랑을 만나기 위해 희생하는 청정각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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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지역의 새남굿 또는 망묵굿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 혼인 첫날에 죽은 신랑을 만나기 위해 희생하는 청정각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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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오
정의함경도 지역의 새남굿 또는 망묵굿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 혼인 첫날에 죽은 신랑을 만나기 위해 희생하는 청정각씨의 이야기다.
내용청정각씨의 아버지는 화덕중군황철사이고 어머니는 구토부인이다. 청정각씨가 어떤 양반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그 신랑이 도랑선비였다. 신랑이 신부 집에 왔을 때 무엇이 신랑의 꼭뒤를 내려집는 것같이 생각되더니 앓게 되어 그대로 정신이 혼미하게 된다. 신부가 이 사실을 알고 큰 무당을 불러 굿을 하니 부정한 삼색채단 예물 때문이라고 하여 그것을 불태워 없애자 신랑의 정신이 조금 돌아온다. 그러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신랑은 밤중에 본집으로 간다고 하면서 이튿날 오시(午時)에 단발한 놈이 고개를 넘어오면 자신이 죽은 줄 알라고 신부에게 말한다.

신부는 그날 밤부터 [정화수](/topic/정화수)를 떠놓고 이튿날 사시(巳時)까지 지극정성으로 신랑을 살려 달라고 한울님과 부처님께 빈다. 그러나 해시(亥時)가 되자 마침내 단발한 놈이 와서 신랑이 죽었다고 [부고](/topic/부고)를 전한다. 신부는 검은 머리채를 풀어 산발을 하고서 시댁에 가 사흘 동안 오직 물만 마시며 슬피 운다. 신랑을 [매장](/topic/매장)한 이후에도 신부가 계속해 우니 그 슬픈 통곡소리가 [옥황상제](/topic/옥황상제)에게까지 들린다. 이에 옥황상제가 황금산 성인으로 하여금 그 전후 사정을 알아보게 하였다. 황금산 성인이 청정각씨가 있는 곳으로 동냥을 오자 청정각씨는 동냥은 얼마든지 줄 테니 남편을 꼭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애절하게 빈다. 이에 감동한 황금산 성인은 [뒤웅박](/topic/뒤웅박)을 주면서 정화수를 길어다가 남편 묘 앞에 가서 [이부자리](/topic/이부자리)를 펴고 첫날밤 입던 옷을 입고 사흘 동안 지극정성으로 빌라고 한다. 신부가 사흘 동안 지극정성으로 빌자 남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신부가 남편의 손목을 만지려고 하자 남편은 갑자기 사라진다. 신부가 소리를 높이 하여 신승(神僧)을 부르면서 다시 남편을 보게 해달라고 빈다. 그러자 황금산 성인이 청정각씨에게 머리카락을 뽑아 삼천 마디 노끈으로 묶어서 안내산 금상절에 가 그것의 한 끝은 법당에 걸고 또 한 끝은 공중에 걸어 두 손바닥에 구멍을 뚫어 삼천동녀(三千童女)가 힘을 다하여 올리고 내려잡아 당겨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남편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부는 신승이 시킨 대로 하여 마침내 남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신부가 남편을 안으려고 하자 또다시 남편은 사라진다. 신부가 슬피 울자 신승이 나타나 새로운 방도를 일러주기를 [참깨](/topic/참깨)ㆍ[들깨](/topic/들깨)ㆍ아주까리 다섯 말로 기름을 짜서 그것을 손에 적셔 기름을 모두 없애고 열 손가락에 불을 붙이면서 부처님께 발원하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부는 마침내 열 손가락에 불을 붙여 불전에 발원한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금상절에 불이 났다며 도랑선비에게 불을 끄고 오라고 하자 도랑선비는 부처님 뒤에 나타나지만 청정각씨가 안으려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남편은 사라진다. 신부가 다시 애걸하자 신승은 안내산 금상절로 가는 고갯길을 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길 닦음을 하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신부는 타고 남은 손가락으로 풀을 뽑고 돌을 치우고 흙을 고르면서 길 닦음을 하다가 고갯[마루](/topic/마루)에 이르러 혼절한다. 한참 지나서 깨어난 신부는 다시 길 닦음을 하다가 고개 아래에서부터 길 닦음을 하며 올라오는 [초립](/topic/초립) 쓴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그녀가 그토록 애타게 만나려고 한 남편이었다. 신부는 이번에는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모르는 체하고 있다가 남편이 가까이 오자 갑자기 껴안고서 놓지 않는다. 신랑이 신부를 알아보고서 “그대의 지성에 하늘이 감동하여 염라대왕이 나로 하여금 이 고개의 길을 닦게 하여 이것이 다 되면 부처님 덕으로 나는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오. 이제는 길을 닦는 것도 다 되었으니 지금부터는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소”라고 말한다.

도랑선비와 청정각씨는 집으로 가는 길에 다리를 건너게 된다. 청정각씨가 먼저 건너고 도랑선비가 그 뒤를 따라 건너는 도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도랑선비를 휘감아 다리 아래 물속으로 떨어뜨린다. 물속에 떨어진 도랑선비가 청정각씨에게 소리치면서 “나와 함께 살려거든 집에 돌아가서 석 자 세 치 [명주](/topic/명주)로 오대조 할아버지께서 심은 노[가지](/topic/가지) 향나무에 한 끝을 걸고 한 끝은 당신의 목에 걸고 죽으시오. 죽어서 저승에서라야 우리 둘이 잘 살리라. 나는 우리 할아버지가 탐재살민(貪財殺民)한 죄로 이렇게 되었소”라고 말한다.

이에 청정각씨는 죽는 법을 깨닫고 신랑이 시킨 대로 하여 자결한다. 옥황상제가 금상절 부처를 시켜 자기에게 청정각씨는 천하에서 가장 지성(至誠)한 사람이니, 청정각씨를 가장 좋은 곳에 있게 하라는 편지를 보내게 한다. 청정각씨는 저승에서 남편을 만나 무한한 낙을 누리다가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신으로 모셔[지게](/topic/지게) 된다.
지역사례1926년에 손진태가 처음 채록하였으며, 1966년과 1981년에도 각각 김태곤과 임석재가 채록하였다. 전자의 채록본과 달리 후자의 두 채록본에는 도랑선비가 죽게 되는 원인이 결혼날짜를 잘못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되어 있으며, 두 사람이 저승에서 만나 행복하게 살다가 인세에 환생하여 신으로 모셔[지게](/topic/지게) 되었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남자주인공 도랑선비의 이름인 ‘도랑’이 쇠와 같이 녹슬어 없어지지 않고 나무처럼 썩어 없어지지 않으며, 흙처럼 풀어져 없어지지 않는 대신 돌과 같이 단단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뜻인 ‘돌랑’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시한 것은 1981년 채록본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차이가 있음에도 이 서사무가가 사령제(死靈祭)인 망묵굿에서 구송된 것으로 보아 함경도 지방에서는 도랑선비와 청정각씨가 인간의 영혼을 관장하는 신으로 숭앙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의의문학적으로 볼 때 이 서사무가는 청정각씨의 지극한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부부간 애정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는 작품으로 파악된다. 이것은 1966년의 채록본 말미에서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바로 이승에서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백 년이든 천 년이든 계속 이어져 집안의 [조상신](/topic/조상신) 내지 시조신으로 모시고 섬겨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종교ㆍ문화적으로 볼 때 인간의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한 ‘정성’이 가장 중요할 뿐 그것의 목적은 달라질 수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길 닦음 화소(話素)’나 ‘끈으로 손을 꿰어 말뚝에 맸다는 화소’는 원래 불교적 내용이다. 이들 화소는 불도(佛徒)가 서방정토(西方淨土)에 이르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고통과 지극 정성을 가시적으로 나타내 주는 상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끈으로 손을 꿰어 말뚝에 맸다는 화소’는 고통과 정성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고통이면서 지극한 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연(一然)이 편찬한 『[삼국유사](/topic/삼국유사)(三國遺事)』 권 5 감통(感通) 7 소재(所載) 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에서도 확인된다. 욱면이 천한 종의 신분이면서도 불법(佛法)을 지극 정성으로 닦기 위해 “뜰의 좌우에 말뚝을 세우고 노끈으로 두 손바닥을 뚫어 잡아매고 [합장](/topic/합장)을 좌우로 늘리면서 격려하였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교적 요소가 무속의 서사무가에 수용된 것은 무속에서도 역시 무속신(巫俗神)에게 발원할 때 인간의 정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이나 종교 및 신앙을 초월하여 인간의 정성은 아[무리](/topic/무리) 천한 사람이나 연약한 여자든지 그리고 어떠한 고통이 가해지더라도 서방정토에 이르게 하고, 이승과 저승의 왕래를 가능하게 하고,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는 정신적 힘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서사무가는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이며 보편적인 심성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하여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참고문헌三國遺事
한국무가집 3 (김태곤, 집문당, 1978)
[삼국유사](/topic/삼국유사) (권상로 역, 동서문화사, 1978)
[조선신가유편](/topic/조선신가유편) (손진태, 손진태선생전집 5, 태학사-영인, 1981)
함경도 망묵굿 (임석재 외, 열화당, 1985)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topic/사전) 6-도랑선배청정각씨노래 (서대석,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함경도 무속서사시 연구 (김헌선, [구비문학](/topic/구비문학)연구 8, 한국구비문학회, 1999)
부부에 관한 신화적 탐색의 논리 (최원오, 계간 미네르바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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