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눼깃당본풀이

한국무속신앙사전
제주도 당신본풀이(堂神本-) 가운데 하나로, 소와 돼지를 통째로 먹는 거대한 식성의 소천국과 그의 아내 백주또, 이들의 여섯째 아들 궤눼깃또의 이야기. 일명 할로영산 궤눼깃당본풀이, 송당본풀이(松堂本-)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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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당신본풀이(堂神本-) 가운데 하나로, 소와 돼지를 통째로 먹는 거대한 식성의 소천국과 그의 아내 백주또, 이들의 여섯째 아들 궤눼깃또의 이야기. 일명 할로영산 궤눼깃당본풀이, 송당본풀이(松堂本-)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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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오
정의제주도 당신본풀이(堂神本-) 가운데 하나로, 소와 돼지를 통째로 먹는 거대한 식성의 소천국과 그의 아내 백주또, 이들의 여섯째 아들 궤눼깃또의 이야기. 일명 할로영산 궤눼깃당본풀이, 송당본풀이(松堂本-)라고도 한다.
내용하송당리(下松堂里)의 고부니[마루](/topic/마루)에서 소천국이 솟아난다. 이때 강남천자국 백사장에서 솟아난 백주또는 자신의 천생배필이 될 소천국이 제주도 송당리에서 태어난 것을 알고 소천국을 찾아가 천생배필이 된다. 그리고 내리 오형제를 낳는다. 여섯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 백주또가 소천국에게 농사를 권한다. 소천국이 볍씨 아홉 섬, 피씨 아홉 섬을 [가지](/topic/가지)고 [쟁기](/topic/쟁기)를 들고 나가 소로 밭을 간다. 백주또가 국 아홉 동이, 밥 아홉 동이의 점심을 차려서 밭 가는 곳으로 가니 소천국은 조금 더 갈고 먹겠다고 한다. 백주또는 점심을 밭가에 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천국이 계속 밭을 가는데 마침 태산절의 중이 지나가다가 소천국에게 시장기를 호소한다. 소천국은 중이 먹으면 설마 다 먹겠는가 싶어 음식을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태산절 중은 소천국의 점심을 다 먹고난 뒤 달아난다. 소천국은 배가 몹시 고파 할 수 없이 밭 갈던 소를 잡아서 구워 먹는다. 그랬는데도 배가 고파 주위에 있는 남의 집 검은 암소 한 마리도 잡아먹는다. 그제야 배가 부른 소천국은 쇠머리 두 개와 쇠[가죽](/topic/가죽) 두 개를 옆에 두고 자기의 배로 밭을 간다. 그때 백주또가 와서 그 이유를 듣고는 남의 소를 잡아먹었으니 소도둑놈이라며 살림을 분산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백주또는 바람 위쪽으로 올라선다.

소천국은 바람 아래쪽으로 내려서서 정동갈체 딸을 첩으로 삼아 산다. 그러나 소천국은 배운 것이 총으로 사냥하는 것이어서 다시 수렵생활을 한다. 백주또는 배 안에 있던 여섯째 아들인 궤눼깃또를 낳고 아이가 세 살이 되자 아기를 업고 소천국을 찾아간다. 백주또가 아기를 내려놓으니 아기가 아버지의 수염을 잡아당기고 가슴을 짓누른다. 소천국은 이 아기가 배 안에 있을 때도 부모의 살림을 분산시키더니 태어나서도 이런 나쁜 행동을 한다면서 무쇠석함에 아들을 넣어 자물쇠로 채워서 동해(東海)에 띄워 버린다. 무쇠석함이 용왕국(龍王國)으로 들어가서 산호수의 가지에 걸리니 여러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 바람이 거세게 인다. 이에 용왕국 대왕이 세 딸들을 불러 바깥을 살펴보게 하자 막내딸의 눈에만 걸려 있는 석함이 보인다. 석함을 가져오게 하여 열게 했더니 이번에도 막내딸만이 석함 뚜껑을 연다. 용왕국의 대왕은 무쇠석함 안에 옥 같은 도령이 책을 가득히 가지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를 묻는다. 도령이 자신은 조선 남방국 제주도에 살며, 강남천자국에 국란이 났다고 하기에 평정을 하러 가다가 풍파에 밀려 용왕국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용왕이 도령을 천하의 명장으로 생각하고 큰딸, 둘째딸의 방으로 들라고 했으나 묵묵부답이다가 막내딸 방으로 들라고 하자 그제야 방으로 들어간다.

하루는 막내딸이 상을 풍성하게 차려서 방으로 들어가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막내딸이 그 이유를 묻자 도령은 비록 작은 나라에 살지라도 돼지를 통째로 먹고 소도 통째로 먹는다고 대답한다. 이에 용왕국 대왕이 날마다 돼지를 잡고 소를 잡아서 사위를 대접하니 용왕국의 창고가 점점 비어간다. 용왕국 대왕이 생각하기에 사위를 계속 두었다가는 용왕국이 망할 듯하여 사위와 막내딸을 함께 무쇠석함에 집어넣어 물 바깥으로 띄워 올린다. 무쇠석함이 강남천자국 백사장에 이르자 또다시 여러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 바람이 거세게 인다. 그리고 밤에는 횃불이 환하게 비추고 낮에는 글 읽는 소리가 하늘에 진동하여 천자국 안이 소란스러워진다. 이에 관해 여러 소문이 자꾸 들리자 천자가 신하들에게 그 이유를 알아오게 한다. 해변에 있는 무쇠석함 때문에 조화가 일어난 것을 알고 무쇠석함을 가져와 열어보니 옥 같은 도령과 아기씨가 앉아 있다. 천자가 어느 나라에 사는지, 왜 왔는지를 묻는다. 도령이 자신은 조선 남방국 제주도에 살며, 북쪽 오랑캐를 물리치고 세상을 평정하러 왔다고 대답한다. 천자가 도령의 손목을 잡고 궁 안으로 들어가 무쇠투구와 갑옷에 칼과 활을 주고 억만 대병을 내주니 도령이 싸움터에 나간다. 처음 싸움에 임하여 머리가 둘 달린 장수를 죽이고, 두 번째는 머리가 셋 달린 장수를 죽이고, 세 번째는 머리가 넷 달린 장수를 죽이니 다시는 대항할 장수가 없어 세상은 평정된다. 천자가 도령을 천하에 없는 장수라고 칭찬하며 땅 일부분과 물 일부분을 떼어 줄 테니 땅세와 국세를 받아서 먹고 살라고 한다. 그러나 도령은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전선(戰船)을 한 척 만들어 산호와 양식을 가득 싣고 백만 군사를 대동하여 조선국 제주도로 나간다.

그가 제주도로 들어와 천하가 요동하게 큰 대포 소리를 내니 아버지 소천국과 어머니 백주또가 하녀를 보고 그 이유를 묻는다. 세 살 적에 죽으라고 무쇠석함에 넣어 띄운 여섯째 아들이 아버지를 치기 위해 오면서 내는 소리라고 하녀가 대답한다. 이에 아버지는 무서워서 하송당리의 고부니마루로 가서 죽어 좌정하고, 어머니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하고 겁이 나서 도망가다가 당오름에서 죽어 좌정한다. 여섯째 아들은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사냥을 잘하고 사냥고기를 좋아하셨다는 생각에 [마을](/topic/마을)마다 일등 포수를 다 불러 사냥해 산짐승을 많이 잡아 아버님 전에 제를 지낸다. 여섯째 아들은 군사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뒤 한라산에 올라가 산혈(山穴)과 수혈(水穴)이 좋은 곳을 골라 좌정할 터를 정해두고 내려와 백성들에게 옥황의 명령으로 김녕리 신당(神堂)을 받아 만민 백성에게 풍운조화(風雲造化)를 주러 왔다고 말한다. 백성들이 어디로 좌정할 것인지를 묻자 아랫궤눼깃당으로 좌정하겠다고 대답하고, 무엇을 잡수시겠냐고 묻자 소도 통째로 돼지도 통째로 먹겠다고 대답한다. 이에 백성들은 가난한 백성이 소를 잡아 위할 수가 없으니 돼지를 잡아 위하겠다고 말한다. 이리하여 소천국의 여섯째 아들은 아랫궤눼깃당에 좌정하게 되고, 이후 백성들은 돼지를 잡아 아랫궤눼깃당에 제를 지내게 되었다.
지역사례의 특수한 이본(異本)으로 가 있다. 에는 에서 나타나는 부모의 결연, 부모의 별거,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가는 내용, 아들이 강남천자국에 들어가 난을 평정하는 내용이 없다. 대신 무쇠옥갑에 넣어진 채 버려진 아들이 용왕국에 표착한 이후 제주도에 귀환하여 부모 또는 어머니의 눈을 아프게 한 후 고쳐주고 좌정하거나 좌정 이후 돼지털이 있는 물을 마신 부인에게서 돼지고기 냄새가 나자 부인을 귀양 보내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또한 부모에 의해 버려지는 아들의 식성(食性)이 곡식성(穀食性)이고, 아들이 용왕국 여행 이후 [의무](/topic/의무)(醫巫)의 능력을 보인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가 주술영웅(呪術英雄)에 대한 신화라면 는 전투영웅(戰鬪英雄)에 대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송당리(松堂里)와 이웃 [마을](/topic/마을)인 교래리(橋來里) 일대는 농사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한라산이 가까웠기 때문에 수렵에는 적지였다. 조선 숙종 때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제주 목사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교래대렵(橋來大獵) 그림에 이 일대에서 수렵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서 소천국이 수렵을 하며 생활한 것은 이러한 자연 지리적 환경의 반영이다.
의의송당리의 본래 이름은 손당이다. 제주도의 많은 당신본풀이에 “웃손당[上松堂里] 금백주 셋손당[中松堂里] 세명주 알손당[下松堂里] 소로소천국, 아들아기 열여덟, 딸아기 스물여덟, 손지방상[孫子親戚] 삼백 일흔 여덟”이란 말로 시작하여 그 몇 대째 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다수 확인된다. 이 점에서 송당신은 제주도 당신(堂神)의 원조(元祖)로 지적되기도 한다. 또한 는 제주도의 유일한 고대국가인 탐라국(耽羅國)의 개국신화이자 씨조신화(氏祖神話)인 [삼성신화](/topic/삼성신화)(三姓神話)와의 유사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도내(島內) 용출(湧出)의 남자신과 외래 여자신의 혼인이라는 점, 아내의 권유에 의하여 농경을 시작하는 것과 여자신이 [오곡](/topic/오곡)(五穀)의 씨와 송아지ㆍ망아지를 갖고 와서 농목(農牧) 생활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는 점 등에서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 및 유사성을 근거로 하면 삼성신화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계속 구전되어 온 신화가 바로 이다. 한편 의 주인공은 출생, 기아(棄兒), 구조, 결혼, 무공(武功), 귀환, 좌정의 구조에 따른 삶의 여정을 겪게 된다. 이것은 영웅의 일대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에서 소천국과 백주또의 관계는 에서 정수남과 자청비의 관계로 변모되어 있다. 이는 당신본풀이가 일반신본풀이에 수용된 예다.
참고문헌高麗史
耽羅巡歷圖
제주도무속자료[사전](/topic/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무속신화](/topic/무속신화)와 문헌신화 (현용준, 집문당, 1992)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조동일, 문학과지성사, 1997)
동아시아비교서사시학 (최원오, 월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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