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별성풀이

한국무속신앙사전
천연두신인 호구별성을 제장(祭場)에로 청배하며 부르는 노정기(路程記) 형식의 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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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신인 호구별성을 제장(祭場)에로 청배하며 부르는 노정기(路程記) 형식의 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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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
정의천연두신인 호구별성을 제장(祭場)에로 청배하며 부르는 노정기(路程記) 형식의 무가.
유래 및 역사호구별성(戶口別星)은 그 자체가 천연두의 다른 이름이었지만 어느 때부터 천연두를 주관하는 신령의 이름으로 전화(轉化)되었다. 곧 호구별성은 천연두를 많이 앓던 오래전에 아이들이 이 병에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하던 신령이었다. 오늘날에는 집안 식구들의 액운(厄運)을 막아주고 병을 없게 해주는 신장(神將)으로 인식된다. 15세기 중엽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천연두는 민중에게 상처와 슬픔을 안겨 주었다. 천연두에 걸리면 죽거나 살아도 평생 곰보로 살아야 하였기 때문에 이 병에 대한 민중의 두려움은 컸다. 천연두를 두려워하던 민중은 이 병의 이름을 직접 함부로 부르지 못하고 마마(당상관 이상의 높은 사람을 부르는 말), 별성(別星,궁을 지키는 수문장), 손님 등으로 불렀다. 당시 의원과 함께 천연두에 걸린 환자를 다룬 이가 바로 무당(巫堂)이었다. 천연두로 인한 민중의 고통은 무당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 결과 천연두신(天然痘神)의 관념이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천연두가 중국으로부터 왔다는 이유로 호구(胡口, 또는 胡鬼)라는 신령과 별성이라는 신령이 혼합되어 호구별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이후 호구라는 말은 천연두가 집집마다 유행한다 하여 호구(戶口)로 한자의 뜻이 바뀌기도 하였다. 또한 별성(別星)이라는 말 역시 원래 연산군, 광해군, [사도세자](/topic/사도세자)와 같이 왕위를 지키지 못하였거나 왕위에 오르기 전에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인물들을 평안과 재수의 신으로 신격화하였을 때 사용된 별상(別相)이라는 말로 전화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호구별상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타났다.
내용청배(請拜)는 신의 내력을 푸는 본풀이 형식, 신의 이동을 보여주는 노정기(路程記) 형식, 신의 명칭을 거듭 나열하는 신명나열 형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는 노정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선계(仙界)에서 [재가집](/topic/재가집)의 제장에로 하강하기까지 이동 경로를 설명하고, 그 역경을 치하하며 신의 노정을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호구별성을 제장에로 청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송병숙(1911년 괴산군 출생, 강신무)이 1970년대에 구술한 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호구별상 나오신다 호구별상 나오실제 오십삼분 나오실제 저나라는 대한국 우리나라 소한국이라 오십분은 떨러져서 서천서역국 드러가 명과복을 빌어가고 남은삼분 나오실제 어데가 초읍인가 의주가 초읍인데 앞강이 열두강 뒷강이 열두강 이십사강 건느려고 사공 불러 분부하네 저사공의 거동보소 나무배를 타자하니 나무배는 썩어지고 돌배를 타자하니 돌배는 풍덩 가라앉고 흙토선을 타자하니 [어리](/topic/어리)설설 풀어지고 긴배를 타자하니 느리여서 못쓰겠고 짜른배를 타자하니 요망하다 거절하고 황금같은 꾀꼬리는 양류청청 노닐적에 수양버들 잎을 주루루 훑어내려 연엽선에 모아타고 앞에는 청기달고 뒤에는 홍기달고 와각직각 건너올제 아미타불이 주불되고 인로왕보살이 노를저어 팔보살이 옹호하여 의주고을 당도하니 [묘향산](/topic/묘향산)이 명산이라 …… 충청북도 ○○군 ○○면 ○○리에 거주거생 하옵기는 ○씨 생신이온데, 아들아기 딸아기를 곱게곱게 점지시켜줄제 연지문에다 말을매고 하루이틀 꽃시루요 사흘나흘 부름시루 닷새엿새 낙화시루 천상수비 지하수비 원거천리 소멸하고 복을달라 비나이다 명을달라 비나이다 복을주면 명없이 어이살며 명을주면 복없이 어이살리 명과복을 점지하여 수명장수 시켜줄제 삼천갑자 동방삭의 길고긴명 점지하고 석숭이 갖은오복 점지하소서”


이렇게 호구별성의 노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호구별성을 재가집의 제장에로 청배하고, 이어 호구별성을 대상으로 자식의 명(命)과 복(福)을 축원하고 있다.
의의는 어린아이가 천연두를 앓을 때 곱게 앓게 해 달라는 기원의 굿에서 [구연](/topic/구연)된다. 얼굴이 얽은 곰보 형상으로 굿거리에서 놀아지며, 무신도(巫神圖)에서는 홍[치마](/topic/치마)에 의대와 [족두리](/topic/족두리)를 쓰고 [연지](/topic/연지)ㆍ곤지를 찍은 여신(女神)으로 표현된다. 는 노정기 형식의 무가로서 의미뿐 아니라, 특히 이것이 구연되는 현장에서 가면을 쓰는 가장(假裝)을 통한 연극성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비(口碑), 물질(物質), 행위(行爲)가 융합되어 있는 한국 민속문화의 전형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충청도 무가 (김영진, 형설출판사, 1976)
한국민속대관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고려대출판부, 1982)
[조선무속의 연구](/topic/조선무속의연구) (赤松智城ㆍ秋葉隆, 심우성 역, 동문선, 1991)
충북의 무가·[무경](/topic/무경) (이창식 외, 충북학연구소, 2002)
서울굿 호구거리의 의미 연구 (홍태한, 한국민속학 37, 한국민속학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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