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진오기굿

한국무속신앙사전
평진오기굿
서울굿에서 신분에 따라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망자천도굿의 하나로, 주로 일반 서민들의 진오기굿을 이르는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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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굿에서 신분에 따라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망자천도굿의 하나로, 주로 일반 서민들의 진오기굿을 이르는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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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선
정의서울굿에서 신분에 따라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망자천도굿의 하나로, 주로 일반 서민들의 진오기굿을 이르는 의례.
내용서울굿에서는 신분에 따라 새남굿, [얼새남](/topic/얼새남), 진오기굿 등으로 나눈다. 이때 평진오기굿은 백성들의 예사 진오기굿을 일컫는다. 그러나 신분적 질서가 무너진 현재에는 돈의 대소에 따라 구분하는 개념으로 일부 변질되었다.

평진오기굿은 사람이 죽은 때를 기준으로 불교재례인 [사십구재](/topic/사십구재)를 지내기 이전에 하는 굿을 말한다. 평진오기굿과 [진진오기굿](/topic/진진오기굿)은 서로 동일한 개념으로, 진진오기굿을 새남굿·얼새남·평진오기굿 등으로 불리는 점에서 이들의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

평진오기굿의 핵심은 굿거리 구성에 있다. 평진오기굿의 제차는 다른 굿과 비교하면 일정한 차이가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굿과의 규모와 정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굿은 앉은굿에서 시작해 선굿으로 끝난다. 그중 [마당](/topic/마당)에서 하는 굿을 중심으로 [대문](/topic/대문) 밖으로 나가는 굿이 요점이다. 다른 재수굿이나 [마을](/topic/마을)굿과 절차가 다르므로 이를 중심으로 굿의 핵심적 특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평진오기굿은 망자에 대한 굿이므로 망자 중심의 굿거리가 주를 이룬다. 이 굿의 중요한 굿거리는 상산물고, 초영실, 조상, 창부, 대감, [사재삼성](/topic/사재삼성), 말미, [도령돌기](/topic/도령돌기), 상식, 뒷영실 등이다.

상산물고는 개성 덕물산의 상산 최영(崔瑩, 1316~1388)[장군](/topic/장군)에게 물고를 받는 것으로서 죽음을 신에게 고하는 절차를 시행한다. [최영 장군](/topic/최영장군)은 고려를 지키다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그후 무속에서는 역사적인 신격으로 발전하였다.

상산 최영 장군은 경기도와 서울 북부에서 가장 으뜸으로 섬기는 무속의 주신이다. 이 신격에게 죽음을 고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낸다. 상산물고를 받는다는 것은 이 굿의 핵심에 해당한다. 동시에 죽은 사람은 인격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본향과 가망에게 허락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본향과 가망이 인격신이므로 이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아득히 먼 조상의 근본에 대한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인격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을 고하고 죽은 존재로 전환하는 과정이 부득이하게 필요하게 된 셈이다.

초영실은 망자의 말을 전하는 거리이다. 만신이 망자의 옷을 입고 망자가 못다 한 말을 한다. 망자는 영실을 통해 상주에게 하지 못한 말을 하며, 이때 울음 반 눈물 반으로 말을 전한다. 이 과정이 굿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상주나 유가족의 애틋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신은 이 대목에서 영실수건을 들고서 죽음의 과정이나 못다 한 마음의 말을 유가족에게 전하기도 한다.

초영실을 놀고 난 다음 9대 조상부터 차례대로 조상을 놀려준다. 조상을 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무속신앙의 근간이 된다. 평진오기굿에서는 창부거리와 대감거리를 바꿔 진행하는 것이 특이한데 그 이유는 명확하지가 않다.

이상의 굿은 망자와 다른 인격신의 관계를 통해 망자가 죽은 사정을 고하고 다른 신이나 조상과의 관계를 환기시켜 준다. 여기서는 망자의 생전 사회관계와 종교적 설정 속에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이후의 굿에서는 망자를 죽음의 세계에서 천도하는 과정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 굿거리는 주로 망자의 죽음을 무속에서 상정하고 있는 여러 신격의 위계에 입각해 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면모이다. 예를 들면 사자가 망자를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난 뒤 [바리공주](/topic/바리공주)가 저승의 시왕에 갇혀 있는 곳에서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굿이 있다. 망자는 이 굿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족과 상주의 조상으로 전환되고, 비로소 조상으로 예우를 받으면서 굿을 마치게 된다.

시왕[가망](/topic/가망)과 사재삼성은 저승의 여러 신격이 복합되어 있는 굿거리를 말한다. 시왕가망, 중디, 말명, 사재삼성 등을 차례대로 청배하고 망자의 죽음을 거듭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이 가운데 사재삼성은 망자를 직접 잡아가는 신격으로서 시왕의 명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고간다. 이런 점에서 사재삼성은 무서우면서 발랄한 장난꾼으로 행동하여 상주와 유족을 협박하고 웃기기도 하면서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다.

말미는 시왕에 잡혀 있는 망자에게 바리공주의 본풀이를 들려주면서 바리공주가 저승을 여행하던 중 무장승으로부터 양유수와 여러 [가지](/topic/가지) 꽃을 얻어 죽은 부모를 살려낸 내력을 듣는다. 그 결과 바리공주의 영험한 능력에 힘입은 망자는 저승의 어두운 세계를 벗어나서 좋은 곳으로 옮겨간다. 말미가 시왕에게서 일종의 시간을 얻어내는 과정으로 망자는 잠시 동안 풀려나서 바리공주의 문법을 들음으로써 죽음과 저승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리공주에게 구원받은 망자는 바리공주의 뒤를 따라 저승의 시왕으로부터 벗어나서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체험한다. 이 체험이 곧 도령돌기이다. 도령돌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대체로 [한삼](/topic/한삼)도령ㆍ손도령ㆍ부채도령ㆍ칼도령 등을 통해 존재의 전환을 이루는 상징적 과정이 펼쳐진다. 이 과정이 저승을 헤쳐나가게 해준다고 믿는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이승과 저승의 연결고리는 끊어[지게](/topic/지게) 된다. 이것이 ‘베째’라고 하는 베 가르기가 된다. 이승다리와 저승다리인 맑은 다리와 흐린 다리를 가른 다음 굿을 마친다. 그렇게 해서 이승과 저승은 갈라지고 망자도 이승의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망자는 조상이 되며, 이 조상으로 받는 첫 번째 대우가 바로 상식이다. 상식은 유교적 의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굿에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상식은 굿에서 조상과 같은 반열에 오른 존재로 인식되어 특별한 의례적 의미를 지닌다. 후손과 망자는 상식을 통해 둘의 관계를 회복하고, 후손은 조상의 인격적인 일체감을 지니게 된다. 평진오기굿은 서민들의 망자굿이지만 무속의 조상관념을 잘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례이다.

평진오기굿에 있는 저승굿의 근본 관념은 무속적인 것과 불교적인 것, 그리고 유교적인 관념이 합쳐지면서 매우 이례적인 변형을 보여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무속의 저승관과 조상관념이 단일하지 않고 여러 원천을 두고 있으면서도 다른 각도에서 무속적 정체성을 잃지 않은 면모가 있음을 평진오기굿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서울새남굿](/topic/서울새남굿)신가집 (서울새남굿보존회ㆍ조흥윤 감수, 서울새남굿보존회, 1996)
서울진진오기굿무가자료집 (김헌선, 보고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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