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수

한국무속신앙사전
점복(占卜)과 [독경](/topic/독경)(讀經)을 하는 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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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복(占卜)과 [독경](/topic/독경)(讀經)을 하는 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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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수
정의점복(占卜)과 [독경](/topic/독경)(讀經)을 하는 맹인.
내용판수들의 활동은 고려 시대의 기록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맹인이 아닌 정상인들도 점복과 [독경](/topic/독경)에 참여했다. 이들을 독경자, 점복자, 봉사, 맹인, 장님, 경바치, 경객, 경사, 복술, 복재, 경쟁이 등으로 부른다. 이들은 스승을 따라다니며 경문을 학습하고 독경하는 방식을 배운다.

판수는 무당과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대체로 무당은 여자이고, 판수는 남자이다. 무당은 서서 춤을 추며 귀신들을 위무하지만, 판수는 앉아서 북을 두드리며 경문을 읽어 축귀나 착귀를 한다. 무당은 무가를 불러 신이 그들의 몸에 실려 치병 등의 행위를 하지만, 판수는 경문을 통해 여러 신장들을 불러 이들로 하여금 객귀나 잡귀 등을 물리치거나 착수를 하여 치병 등의 행위를 한다. 과거 [안택](/topic/안택)을 하거나 객귀나 잡귀를 물리쳐 집안의 우환을 없애거나 치병을 하기 위해서 무당을 부르기도 했지만, 판수를 더 많이 불렀다.

판수는 굿을 하는 집안의 방이나 [대청](/topic/대청)에 경당을 차린다. 경당에는 [제상](/topic/제상)을 마련하고, 여러 신장들의 위목을 경당 안은 물론 [처마](/topic/처마) 밑에까지 붙이기도 했다. 굿의 반주 악기는 북인데, 이를 [천장](/topic/천장)에 매달아 놓고 앉아서 두드렸다. [장단](/topic/장단)과 선율은 단조로운 편이다. [무복](/topic/무복)은 [평상](/topic/평상)복을 정결하게 입고 [고깔](/topic/고깔)을 썼다. 무구로는 산통, 북, [신장대](/topic/신장대), 귀신 가두는 통 등이 있을 뿐, 부채, 칼, 방울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굿판에 모여 여러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굿은 해질 무렵에 시작하여 자정이 지날 때쯤 마친다. 몇 시간 이내로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2~3일 혹은 1주일 넘게 경을 읽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여러 명의 판수가 와서 교대로 경을 읽는다. 신장대를 잡는 [대잡이](/topic/대잡이)가 여러 명 있기도 하다. 악귀로 인하여 치병이 쉽지 않은 ‘[병굿](/topic/병굿)’인 경우 다른 굿보다 기간이 오래 걸린다.

판수가 정성을 들여 [송경](/topic/송경)을 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신이 그 정성에 응답하여 굿판에 내려온다. 그 신은 판수의 몸에 접신이 되지 않고, 조무자인 대잡이의 신장대에 내린다. 신장대에 실린 신장은 말썽을 일으킨 사귀를 내쫓거나 잡아가둔다. 집 안에 있는 악귀를 잡아오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있는 사귀를 잡아오기도 한다. 신장이 내려 축귀나 착귀를 할 때는 송경 소리가 빨라지면서 대잡이와 삿대잡이 등이 어울려 신이 신장대에 내리게 하고 귀신을 잡아오는 등의 연희적인 요소가 드러나기도 한다.

송경을 할 때는 축원문과 경문을 읽는다. 축원문은 한글로 되어 있지만, 경문은 한문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판수들이 경문을 해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문 그 자체는 신성시한다. 그들은 경문을 송경하기 때문에 신이 응대를 하고 축귀나 착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경](/topic/무경)에는 『옥추경』, 『옥갑경』, 『철망경』, 『축귀경』, 『신장경』 등의 [축사](/topic/축사)경이 있고, 『성조경』, 『조왕경』, 『[명당](/topic/명당)경』, 『지신경』, 『동토경』, 『칠성경』 등의 가신봉안경이 있다. 전자는 여러 신장들을 불러 요귀를 내치거나 침탈하지 못하게 하고, 후자는 여러 가신들을 불러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문을 읽는 순서는 일정하지 않고, 판수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1950년대에는 판수는 함경도, 강원도, 경기도, 전라도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동했으며 그 인원도 무당보다 많았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무속행위는 무당보다는 판수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판수들은 거의 사라졌고, 무당들만이 성할 뿐이다. 판수들이 하던 무속 행위도 무당들이 대신하고 있다. 과거 판수를 했던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무당들이 굿을 할 때 경문을 읽어 주는 등의 보조적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문헌판수고 (김영진, 민속어문논총, 계명대학교출판부, 1983)
무경고 (이규창, 전라민속논고, 집문당, 1994)
강원도 [송경](/topic/송경) 연구 3 (박관수, 민속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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