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청애기본풀이

한국무속신앙사전
제주시 구좌읍 동김녕(東金寧)의 송씨 집안에 전해지는 조상본풀이로, 송동지(宋同知)와 [광청아기](/topic/광청아기)가 [조상신](/topic/조상신)으로 모셔[지게](/topic/지게) 된 내력을 설명하는 신화. 송동지영감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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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동김녕(東金寧)의 송씨 집안에 전해지는 조상본풀이로, 송동지(宋同知)와 [광청아기](/topic/광청아기)가 [조상신](/topic/조상신)으로 모셔[지게](/topic/지게) 된 내력을 설명하는 신화. 송동지영감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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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자
정의제주시 구좌읍 동김녕(東金寧)의 송씨 집안에 전해지는 조상본풀이로, 송동지(宋同知)와 [광청아기](/topic/광청아기)가 [조상신](/topic/조상신)으로 모셔[지게](/topic/지게) 된 내력을 설명하는 신화. 송동지영감본이라고도 한다.
내용선주(船主)인 송동지 영감이 어느 해 섣달그믐에 사또의 명으로 초기, 우미, 미역, 오징어 등을 [가지](/topic/가지)고 서울로 진상을 갔다가 돌아올 때 광청 고을 허정승 집에 유숙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밤이 깊도록 잠이 오지 않아 [마당](/topic/마당)에 나가 보니 이상하게도 [사랑방](/topic/사랑방)에 희미한 불빛이 비쳤다. 송동지가 숨을 죽이며 그쪽으로 가보니 예쁜 아기씨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앉아 무엇을 생각하는 듯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송동지가 되돌아오려 하는데 아기씨가 할 말이 있으니 들어오라 하였다. 송동지가 방으로 들어가 앉으니 아기씨는 미리 차려 놓은 술상을 앞에다 가져다 놓고 자기는 지금까지 영감님이 나올까 하여 창문 밖을 살폈는데, 서로 뜻이 맞아 이렇게 앉게 되었으니 술을 마시면서 심심풀이나 하자고 하였다. 둘이 술을 마시던 중 아기씨가 말하기를, 자기는 허정승의 딸인데 부모의 명으로 장차 광청 고을 궁녀(宮女)로 혼인을 할 처지라며, 혼인을 하기 전에 한 번 그 행동을 해보고 싶다면서 서로 옷을 바꾸어 입고 날이 새도록 새각씨 놀이를 하자고 하였다. 송동지가 여기에 응하여 인연을 맺고 날이 샐 무렵에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송동지는 아침을 먹은 후 허정승 집을 나와 영암 [덕진다리](/topic/덕진다리) 베진고달또 포구에 와서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의심하였다.

얼마 후 송동지가 두 번째로 서울에 진상을 갔다가 돌아올 때 다시 광청 고을 허정승 집에 머물렀다. 밤이 어둡기를 기다려 [광청아기](/topic/광청아기)씨가 있는 사랑방으로 가보니 아기씨는 임신하여 배가 태독같이 불러 있었다. 아기씨는 송동지의 [도포](/topic/도포)자락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였다. 그 시절은 육지사람이 제주도에 못 가고 제주도 여자가 육지에 못 갈 때였다. 송동지는 아기씨 몰래 그곳을 떠나 베진고달또에 와서 배를 탔다. 광청아기씨는 이날 밤이 지나면 아버지 손에 죽을 것임을 알고 흰비단 홑[저고리](/topic/저고리)와 [치마](/topic/치마)로 갈아입은 뒤 대[바구니](/topic/바구니)를 옆에 끼고 베진고달또로 왔다. 그리고 송동지가 탄 배를 찾아 배에 타려고 이물발판을 딛고 건너는데, 사공이 이물발판을 안으로 당기는 바람에 그만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송동지 영감이 동김녕 포구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온 막내딸에게 광청아기씨 혼령이 씌어 딸이 갑자기 머리를 풀어헤치고 부모형제도 몰라보며 바다로 뛰어들려 하였다. 송동지가 놀라 웬일인가 물으니 딸이 “나는 광청고을 광청아기 궁녀로다. 시녀로다. 어야뒤야 [살강](/topic/살강)싯소리 진바당 진소리로 어서 놀자” 라고 말하였다. 송동지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광청아기씨의 원혼이나 풀어 주려고 굿을 해 주기를 심방에게 부탁하였다. 심방은 용왕국에서 초혼과 삼혼을 건진 후 송동지 영감 셋째 아들을 광청아기씨의 양자로 삼아주고, 원성귀제맞이를 하며 신전국태추태로 광청아기씨의 일천간장을 녹여주니, 송동지 영감은 삽시에 거부가 되고 셋째 아들도 무과에 급제하였다. 후에 광청아기씨 혼령으로 만대유전을 시키고 보니, 동김녕 송씨 집안이 줄이 벋고 발이 벋어 잘 되었다. 광청아기씨를 고방(庫房)에 모시고 철[갈이](/topic/갈이), 삼명일(三名日), 기일제사 등에 위하면 자손들이 잘 된다.
의의제주도에는 집안에서 모시는 [조상신](/topic/조상신)에 관한 본풀이가 있다. 이것을 ‘조상본풀이’라 고 한다. 특정 집안과 [단골](/topic/단골)관계를 맺고 있는 심방은 그 집안의 내력을 잘 알고 있어서 굿을 할 때 이와 같은 조상본풀이를 구송하면서 굿을 한다. 는 제주시 구좌읍 동김녕리에 살고 있는 송씨 집안에서 전승되는 조상신에 대한 본풀이로, 이 집안의 제일(祭日)이나 큰굿을 할 때 구송되고 있다.

조상본풀이는 조상 가운데 구체적인 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이어서 신화인 동시에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즉 는 신화이면서 동시에 굿이라는 제의 속에서 구송되고 있어 신화와 제의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게 한다. 또한 제의 속에서 신화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알게 한다. 신화 내용을 참조하면 송씨 집안에서 [광청아기](/topic/광청아기), 즉 ‘광청일월’을 만대유전시키면서 철[갈이](/topic/갈이)ㆍ삼명일ㆍ기일제사 등에 [무악](/topic/무악)(巫樂)과 함께 큰굿ㆍ작은굿ㆍ앉은굿 등을 해 주고 대[바구니](/topic/바구니)에 여러 [명주](/topic/명주)를 갈아 넣어주면서 상고팡에 위하면 자손들이 좋은 벼슬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없는 재물도 생기고 짧은 명과 복도 잇게 해 준다. 이것은 신화를 통해 제의의 존재 의의를 알려 주는 한편 제의 속에서 신화가 어떻게 살아 기능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이런 면에서 이 신화는 중요하다. 는 또한 한국인의 [조상숭배](/topic/조상숭배) 관념이 반드시 혈연적 유대 관념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혈연성이 없다 하더라도 조상신으로 관념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유교식 조상숭배가 혈연적 유대를 중시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삼성신화](/topic/삼성신화)를 포함하여 제주도 당신본풀이의 구조적 특징은 외지에서 온 여성신과 제주도의 남성 토착신이 제주도에서 결합한다는 것이다.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아 이 신화가 당신본풀이의 구조를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행 연구 결과를 중시하면 는 명혼(冥婚)설화나 명혼소설에서 발견되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것은 광청아기씨와 송동지가 처음 만나는 모습에 나타나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이 신화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이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와 선묘 이야기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나 는 모두 외지의 여성신이 남성을 따라오는 이야기이다. 이 수록되어 있는 『종고승전(宗高僧傳)』이란 책이 10세기를 전후해 살다간 찬녕(贊寧, 919~1002)이란 사람에 의해 편찬되었다는 점을 중시하면 의상대사와 선묘 설화의 내용은 그만큼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계승하고 있는 역시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 무가의 담론에는 신화가 형성되고 전승되는 동안의 시대적ㆍ역사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인데, 에도 제주도가 처해 있던 역사적 질곡의 한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조선 인조 7년(1629)부터 고종 13년(1876)까지 약 250년 동안 ‘출륙금지조치’가 시행되었다. 이 제도는 원래 제주목에 일정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과도한 진상과 그 휴유증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꾸 제주도를 빠져나가자 처음에는 여자들을 묶어 놓으면 남편과 가족이 제주도에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여자만을 육지로 나[가지](/topic/가지) 못하게 하였다가 나중에는 남자들도 금지하였다. 이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어 개항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제되었다. 에는 송동지가 임신한 광청아기씨를 버려두고 혼자 제주도로 돌아가고자 할 때 제주도에 이러한 제도가 행해지고 있어 광청아기씨를 데려가지 못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는 제주도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살아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사실을 전하는 것이라면 는 적어도 그 역사가 140년 이상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제주도무속자료[사전](/topic/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제주도 [조상신](/topic/조상신)본풀이 연구 (김헌선ㆍ현용준ㆍ강정식 저, 보고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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