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

한국무속신앙사전
정주
호남 지역 무속의례에 사용되는 종형(鐘形) 무구. 그 지역 용어로 ‘정쇠’라는 이칭을 지니며, 옥황종(玉皇鐘)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교 의식구인 경쇠(磬釗)에서 유래하였으며 불교에서 쓰이는 경쇠는 법식을 행할 때에 쓰이는 것으로,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에 흔드는 일종의 작은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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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역 무속의례에 사용되는 종형(鐘形) 무구. 그 지역 용어로 ‘정쇠’라는 이칭을 지니며, 옥황종(玉皇鐘)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교 의식구인 경쇠(磬釗)에서 유래하였으며 불교에서 쓰이는 경쇠는 법식을 행할 때에 쓰이는 것으로,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에 흔드는 일종의 작은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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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정의호남 지역 무속의례에 사용되는 종형(鐘形) 무구. 그 지역 용어로 ‘정쇠’라는 이칭을 지니며, 옥황종(玉皇鐘)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교 의식구인 경쇠(磬釗)에서 유래하였으며 불교에서 쓰이는 경쇠는 법식을 행할 때에 쓰이는 것으로,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에 흔드는 일종의 작은 종이다.
내용정주는 호남 지역의 세습무 의례에 주로 사용되며, 특히 전남 지역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 세습무로 유일하게 활동하였던 고(故) [전금순](/topic/전금순)도 정주를 지니기는 하였으나, 바라를 더 선호하여 의례에 사용하였다. 정주는 제석거리에 주로 사용되며, 그 외에 출산을 관장해준다고 믿어지는 제왕과 관련된 의례 등에 사용된다. 정주는 의례 사이사이에 채로 치는 것으로, 무녀는 한손에는 정주를 감싸 쥐고, 다른 손에는 녹각을 들고 무가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정주를 한 번 세게 치거나, 무가가 불러지지 않는 동안에는 반주의 의미로서 정주를 여러 차례 치면서 [장단](/topic/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또한 [악사](/topic/악사)들이 [무악](/topic/무악)을 연주할 때는 무녀의 정주소리로 장단을 바꾸기도 한다.

정주는 불교의례에서 사용하는 경쇠와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영향을 받은 무구이다. 이는 무녀가 정주를 들고 의례를 진행할 때 착용하는 [장삼](/topic/장삼)과 [고깔](/topic/고깔)의 복장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 기능이 유사한 황해도굿의 경쇠와 정주는 모두 특정한 거리에만 사용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경쇠는 [칠성제](/topic/칠성제)석거리, 정주는 제석거리나 제왕맞이 등 이 둘 모두 불교류의 천신을 초대하는 거리에만 사용된다. 그 형태나 지역은 다르지만, 유사한 신격을 초대하는 거리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기능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주는 출산을 기원해 주는 제왕맞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무구로 쓰인다. 제왕맞이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시간에 일정하게 구획 지어진 공간 안에서 정주를 치면서 행해진다.

정주는 그 소리가 “하늘에까지 전해진다”할 정도로 청아하다. 그러한 연유로 인해, 이것은 요령과 함께 옥황종(玉皇鐘)으로 불린다. 즉, 이 소리가 하늘에까지 닿아 천신(天神)인 [옥황상제](/topic/옥황상제)에게 기원 할 것이 있을 때, 청신의 도구로 사용된다. 전남 진도의 당골 채정례는 이것을 치는 것은 천지만물을 깨우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정주는 청신의 기능 외에 부정제거구로 인식되어 정화된 굿청을 제석이나 칠성과 같은 주요천신이 내리기 전에 굿청을 재정화(再淨化)한 후에 신을 청하는 기능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경쇠 또한 정주와 유사한 기능을 지니는데, 황해도굿의 칠성거리에서 부정을 칠 때 사용한다. 그 크기는 작지만, 굿청에 넓게 울려 퍼질 만큼 청아한 소리가 난다. 칠성거리에서 무당은 굿청의 제단을 보고 앉아서 입에는 흰 종이를 삼각형으로 접은 하미를 문 채 경쇠를 두드리는데, 칠성거리에서도 칠성을 청배하여 굿청에 좌정시키는 단계에서 이를 사용한다. 이러한 맑은 소리로 제장을 정비시켜 부정을 가시게 하고 [칠성신](/topic/칠성신)을 청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정주는 맑은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굿이 행해지는 장소를 속(俗)에서 성(聖)의 공간으로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신을 불러들이는 기능을 하는 청신구(請神具)임과 동시에 무악기(巫樂器)의 기능을 지닌다. 또한 정주는 후손이 없거나 아들을 간절히 원하는 집안에서 자손획득을 목적으로 기증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맥락에서 출산의 상징물로도 인식된다.

아키바 다카시(秋葉隆)는 이것은 불교 승려의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옥황종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옥황상제가 이 소리를 듣고 기도를 들어줄 거라 믿는 기원구(祈願具)로 해석하였다. 즉, 후자는 천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도교적인 성향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주와 그 형태가 유사한 요령은 신역의 문을 열고 신을 청하는 기능이 있다고 믿어지는 것으로, 이로 인해 심방은 신을 청할 때 요령을 울려 굿하는 장소에 신이 임하기를 기원한다. 요령은 정주와 함께 옥황종으로 불리며, 그 소리가 하늘에까지 닿아 천신에게 기원하는 바를 알리는 기원무구로서 그 의미 또한 동일하게 인식되기도 한다. 즉 도교의 천신에 해당되는 옥황상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는 점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한편, 정주의 채인 녹각을 시베리아 샤머니즘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참고문헌朝鮮の巫覡 (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37)
朝鮮巫俗の現地硏究 (秋葉隆, 養德社, 1950)
중요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제129호 [진도씻김굿](/topic/진도씻김굿) (전통무용문화연구소, 1979)
진도무속현지조사-채씨자매를 중심으로 (국립민속박물관·전라남도, 1988)
무구의 상상체계-무구의 기능을 중심으로 (황루시, 기층문화를 통해 본 한국인의 상상체계(중)-시간민속·물질문화, 민속원, 1998)
진도 씻김굿의 물질문화 연구 (최진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학위논문, 1999)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무구-전라남도·전라북도·제주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무속의 물질문화 연구 (최진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9)
형태대개 정주를 설명할 때는 불교의례구인 경쇠와의 관련성을 언급하는데, 경쇠의 범주 안에 정주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경쇠의 형태는 두 [가지](/topic/가지)인데, 갸름하고 끝이 벌어져 있으며 안에는 치는 추가 달려있고 위에는 나무 자루가 있는 것과, 추가 없고 채가 있는 형태가 있다. 정주는 후자의 형태에 가깝다. 정주는 놋쇠로 만들어진 밥주발 형태의 몸체와 채인 녹각(鹿角)으로 구성된다. 이 둘은 천으로 연결하거나 혹은 끈이나 천을 꼬아 만든 줄로 연결하기도 하는데, 이를 주발의 상단 구[멍에](/topic/멍에) 넣어서 고정시킨 뒤에 녹각에도 연결한다. 정주는 놋주발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와 손잡이가 없는 형태 두 가지가 있다. 전자에는 전남 진도의 채정례의 사례가 유일하며, 대부분 후자의 형태를 띤다. 정주는 그 직경이 10㎝ 내외이며, 녹각의 길이는 20㎝ 내외이며, 끈길이는 60㎝ 내외이다. 황해도굿에도 지물로 사용되는 경쇠가 있는데, 그 형태는 정주와 동일하지만 그 크기는 훨씬 작다. 채 또한 경쇠의 것에 비해 대략 8배 정도가 크다. 경쇠는 그 크기가 작아서 손가락으로 잡는 것이 가능하지만, 정주는 손 전체를 감싸서 쥐어야 한다.

호남 지역에서는 정주 대용 무구로서 바라를 사용하거나(전남 신안의 유점자 사례), 밥그릇이나, 복개 뚜껑과 같은 생활도구를 대체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정주가 없는 당골은 놋그릇이 그 기능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남 진도의 송순단은 정주만한 크기의 밥그릇에 구멍을 뚫어 실을 연결하고, 녹각 대신 나무를 깎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진도의 박미옥은 정주 대신 주로 복개를 이용하여서 제석거리를 행한다. 복개는 바라로 그 의미가 전환된다. 또한 그 의미에 있어서는 정주와 동일하게 인식된다.
집문당황해도 굿의 음악인류학이용식2005
한국무속학회황해도 맞이굿 형식과 특성 고찰양종승2008
서울대학교 출판부한국음악의 뿌리, 팔도 굿음악이용식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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