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본풀이

한국무속신앙사전
제주도 큰굿의 [시왕맞이](/topic/시왕맞이) 제차에서 불리는 무가(敎述巫歌). 저승왕들의 신위를 나열하고 저승차사를 대접하여 망자를 극락으로 잘 인도해 주기를 청원하려는 목적에서 [구연](/topic/구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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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큰굿의 [시왕맞이](/topic/시왕맞이) 제차에서 불리는 무가(敎述巫歌). 저승왕들의 신위를 나열하고 저승차사를 대접하여 망자를 극락으로 잘 인도해 주기를 청원하려는 목적에서 [구연](/topic/구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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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정의제주도 큰굿의 [시왕맞이](/topic/시왕맞이) 제차에서 불리는 무가(敎述巫歌). 저승왕들의 신위를 나열하고 저승차사를 대접하여 망자를 극락으로 잘 인도해 주기를 청원하려는 목적에서 [구연](/topic/구연)된다.
내용의 내용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방은 저승을 차지한 ‘열 명의 시왕’[十王]과 이 시왕이 차지하고 있는 지옥, 각 시왕에 매여 있는 육갑(六甲)을 다음과 같이 구송한다.

제일(第一) 진강왕[秦廣大王] 도산지옥(刀山地獄)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제이(第二) 소간왕[初江大王] 흑탕지옥[鑊湯地獄]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을해, 제삼(第三) 손계왕[宋帝大王] 금서지옥[劍樹地獄] 병자 정축 무인 기묘 경진 신사, 제사(第四) 오간왕[五官大王] 한빙지옥(寒氷地獄) 임오 계미 갑신 을유 병술 정해, 제오(第五) 염여왕[閻羅大王] 발련지옥[拔舌地獄] 무자 기축 경인 신묘 임진 계사, 제육(弟六) 빙신왕[變成大王] 독사지옥(毒蛇地獄), 갑오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 제칠(第七) 태산대왕(泰山大王) 풍두지옥[風塗地獄] 경자 신축 임인 계묘 갑진 을사, 제팔(第八) 팽등대왕[平等大王] 거외지옥[鋸骸地獄] 병오 정미 무신 기유 경술 신해, 제구(第九) 도시대왕(都市大王) 철상지옥(鐵床地獄) 임자 계축 갑인 을묘 병진 정사, 제십(第十) 열시왕[十王] 흑감지옥[黑暗地獄] 무오 기미 경신 신유 임술 계해.

다음으로는 각 지옥에서 당하게 되는 형벌의 종류를 다시 제일 진강왕에서부터 차례대로 풀어 소개하고 있다. ‘초제 진강왕’은 인간을 점점이 썰어 다스리는 왕이며, ‘제이 소간왕’은 죄 많은 영혼을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는 형벌을 준다. ‘제삼 손계왕’은 인간을 형틀 위에서 때리고 귀양 보내며, ‘제늬 오간왕’은 죄업에 따라 동지섯달 설한풍에 옷을 벗겨 춥게 하기도 하고 숯불을 피워 따뜻하게도 해주는 왕이다. ‘제다 염여왕’은 곡식과 돈을 놓아 이자놀이 한 사람을 잡아다가 대집게로 혀를 빼는 형벌을 내리며, ‘제여 빙신왕’은 죄가 많은 영혼을 굶주린 뱀ㆍ지네ㆍ도마뱀과 함께 가두어 피를 빨리는 형벌을 준다. ‘제일곱 태산대왕’은 죄 많은 영혼을 [절구](/topic/절구)[방아](/topic/방아)에 빻아서 바람에 ‘[죽산이](/topic/죽산이)’로 날아다니게 만들고, ‘제여 팽등대왕’은 인간을 톱으로 썰어 애를 꺼내 연못에 씻어 열두 마소[牛馬]로 환생시키는 왕이다. ‘제아홉 도시대왕’은 인간을 발가벗겨 나뭇[가지](/topic/가지)에 거꾸로 매달아 형벌을 주고, ‘제열 열시왕’은 죄 없는 백성은 석효산 상[마을](/topic/마을)로 보내고 죄가 많은 영혼은 해도 달도 없는 곳에 하옥시켜 산천 좋은 데 묘를 써도 발복(發福) 못하게 하는 왕이다.

각 시왕이 다스리는 지옥에 따른 형벌의 종류를 나열한 후에는 “성은 아무가이 나은 선 불쌍 이주당이 불쌍 영혼님 이 [중문](/topic/중문)에 걸게 맙서”라고 하여 죽은 망자의 이름과 나이를 밝히고, 불쌍한 영혼이 열 명의 저승 왕들이 다스리는 어떤 지옥에도 들지 말게 해 달라고 짧게 청한다. 그 후 곧바로 앞에서 미처 다 나열하지 못한 나머지 저승 왕들과 사자들을 소개한다.

“열나 지장대왕 열둘 상부왕 열싯 우두영기 열늬 좌두영기 열다 동제판관 열여 제왕 일곱신앙 아옵귀양 천왕체 월직제 지왕체 일직제 옥황체 황금역 요왕체 거북제 저싱체 이원제 이싱체 강림도령 강파제”라고 하여 열한 번째 지장대왕에서부터 열여섯 번째 사제왕과 천왕차사인 월직사자에서 이승차사인 강림도령까지 나열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차사에게 험난한 저승길에 망자를 조심히 극락세계인 상마을에까지 인도해 달라고 부탁한 후 “청새몸에 환싱 줍서 백새몸에 환싱 줍서 청나비에 환싱 줍서 백나비에 환싱 줍서 부미 조상 가신 딜 지부칩서 좋은 곳에 지부치건”이라고 하여 청새, 백새, 청나비, 백나비로 환생시켜 주고 부모 조상 있는 곳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는 망자의 자손들이 창성하고 [가축](/topic/가축)이 번성하고 [오곡](/topic/오곡)이 풍성하게 해줄 것과 날액 달액을 막아주고 제수대통시켜 달라는 내용의 축원으로 마[무리](/topic/무리)하고 있다.
의의는 제주도 큰굿에서 저승의 시왕을 모시는 [시왕맞이](/topic/시왕맞이) 제차에서 [구연](/topic/구연)되는 무가로, 제주도 무속에 미친 불교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불교의 저승 관념을 수용한 류 무가는 망자의 천도를 축원하는 육지의 진오귀굿 계통에서도 발견된다. , , 등이 그것이다. 이들 무가는 저승 관념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불교의 시왕사상을 받아들여 신앙민들에게 저승과 시왕, 지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무속의 중요한 존재 근거 가운데 하나인 사후세계를 확인시켜 준다. 또한 이를 근거로 망자를 좋은 세상으로 잘 보내기 위해서는 저승의 시왕과 차사들을 대접하는 의식인 ‘굿’의 절대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능도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무가들이 , 등과 같이 망자를 저승으로 이끄는 저승차사들에 대한 서사무가에 앞서 불려진다는 점에서 저승차사보다 위계가 높은 저승왕들을 소개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는 무속이 여타 종교와 어떻게 교류하고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면서 불교를 수용하여 신앙체계를 더욱 합리화ㆍ체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자료이다.
참고문헌한국판 시왕경 연구 (조순향, 경기대학논문집 15, 1984)
제주도 무혼굿 (김수남, 현용준 외, 열화당, 1985)
제주도 무속과 신화 연구 (이수자,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topic/사전) (진성기, 민속원, 1991)
불교가사의 연행과 전승 (김종진, 이회, 2002)
서울진진오기굿 무가자료집 (김헌선, 보고사, 2007)
유래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시왕에 대한 내용은 중국 당나라 시기 성도(成都) 대성자사(大聖慈寺) 사문(沙門) 장천(藏川)이 찬술한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 일명 『시왕경[十王經]』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왕경』에 따르면 사람은 죽으면 초칠일(初七日)부터 [사십구재](/topic/사십구재)(四十九齋)의 일곱 왕과 백일(百日)ㆍ일주년[小喪]ㆍ삼주년[大喪]의 세 왕까지 모두 열 명의 왕이 다스리는 지옥에 나아가 생전의 업보에 따른 심판과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서 심판을 받는다는 사고는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 고유의 것이지만 저승의 열 지옥을 지키는 시왕의 여러 명칭과 죽은 조상에 대한 자손의 효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불교 고유의 신앙과 차이를 보인다. 즉 불교의 인과응보(因果應報) 및 육도윤회사상(六道輪廻思想)에 중국의 도교사상(道敎思想), 유교의 삼년거상제도(三年居喪制度)의 관념이 융합되어 중국에서 시왕신앙이 형성되고 『시왕경』이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화된 불교사상인 것이다.

이러한 『시왕경』의 바탕이 되는 시왕신앙은 당나라 개원사(開元寺) 승려 도명화상(道明和尙)이 대력(大曆) 13년(778) 2월에 황의(黃衣)를 입은 저승사자들에게 이끌려 염라대왕 앞으로 연행되어 갔다가 지장보살(地藏菩薩)과 사자(使者)가 보좌하고 있는 시왕청[十王廳] 등을 경험하면서 기존의 저승 관념이 착오인 것을 깨닫고 난 뒤 이승으로 되돌아온 경험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후 장과로(張果老)에 의해 [시왕도](/topic/시왕도)[十王圖]가 덧붙여짐으로써 대중은 좀 더 쉽게 저승의 윤회사상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할 수 있었고, 이는 『시왕경』이 대중에게 가장 가까운 불교경전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이미 지장보살 신앙이 자리 잡고 있던 상황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러 시왕신앙이 중국으로부터 전래되면서 크게 유행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규모가 작은 사찰에서도 시왕을 모셔두는 명부전(冥府殿)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시왕신앙이 공고화되고 불교의 대중화와 함께 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로 불교의 사십구재 의식에서 화청승에 의해 낭송되었던 『시왕경』은 후대에 이르러 점차 탁발승과 건립패들에 의해 더욱 속화된 형식의 으로 변모되어 대중화되었다. 이것이 다시 독경무(讀經巫)를 포함한 무속집단에까지 영향을 끼쳐 망자의 천도의식과 관계되는 굿에서 불리는 , , , 등과 같은 ‘해원계교술무가’ 또는 ‘해원계교술무경’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에 등장하는 ‘열 명의 저승왕’[十王]과 지옥의 모습은 큰 틀에서 불교의 『시왕경』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는 제주도 방언이라는 언어상의 이질성과 함께 구전상의 한계로 인해 시왕이 관할하는 지옥과 소속 육갑 등에서 『시왕경』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왕경』의 것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순서 | 시왕의 이름 | 관할지옥 | 차지한 육갑 |
| -------- | -------- | -------- | -------- |
| 제일 | 진광대왕(秦廣大王) | 刀山지옥(地獄) | 庚午, 辛未, 壬申, 癸酉, 甲戌, 乙亥 |
| 제이 | 초강대왕(初江大王) | 火湯/鑊湯지옥(地獄) | 戊子, 己丑, 庚寅, 辛卯, 壬辰, 癸巳 |
| 제삼 | 송제대왕(宋帝大王) | 寒氷지옥(地獄) | 壬午, 癸未, 甲申, 乙酉, 丙戌, 丁亥 |
| 제사 | 오관대왕(五官大王) | 劍樹지옥(地獄) | 甲子, 乙丑, 丙寅, 丁卯, 戊辰, 己巳 |
| 제오 | 염라대왕(閻羅大王) | 拔舌지옥(地獄) | 庚子, 辛丑, 壬寅, 癸卯, 甲辰, 乙巳 |
| 제육 | 변성대왕(變成大王) | 毒蛇지옥(地獄) | 丙子, 丁丑, 戊寅, 己卯, 庚辰, 辛巳 |
| 제칠 | 태산대왕(泰山大王) | 鋸骸지옥(地獄) | 甲午, 乙未, 丙申, 丁酉, 戊戌, 己亥 |
| 제팔 | 평등대왕(平等大王) | 鐵床지옥(地獄) | 丙午, 丁未, 戊申, 己酉, 庚戌, 辛亥 |
| 제구 | 도시대왕(都市大王) | 風塗지옥(地獄) | 壬子, 癸丑, 甲寅, 乙卯, 丙辰, 丁巳 |
| 제십 | 전륜대왕(轉輪大王) | 黑暗지옥(地獄) | 戊午, 己未, 庚申, 辛酉, 壬戌, 癸亥 |
특 징 및 지역사례제주도의 큰굿은 천지왕에서부터 초공, 이공, 삼공은 물론 세경신 및 문전신까지 심방이 섬기는 모든 일반신을 모셔 대접하는 큰 규모의 굿이다. 큰굿에서 [시왕맞이](/topic/시왕맞이) 제차는 삼공제 이후에 진행되는 거리로, 인간이 죽은 후 가게 되는 저승세계의 신들을 불러 대접하는 의례이다. 이 제차는 초감제, 방광침, 추물공연, 분부사룀, 체사본풀이, 액막이, 나까도전침, 질침, 도진의 순서로 짜여져 있다. 이 제차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망자를 저승으로 이끄는 차사 강림이의 내력을 읊는 순서이다. 그러나 신의 위계상 차사인 강림이보다 앞서는 저승왕들에 대한 소개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방광침 부분에서 저승왕들과 그들이 다스리는 지옥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곧 이다.

제주도 무속에서의 는 불교의 시왕사상 및 『시왕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 분명하지만 지향하는 세계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불교의 『시왕경』은 지옥의 모습과 가혹한 형벌의 종류를 소개하여 살아 있는 인간들로 하여금 이승에서의 선업(善業)을 닦을 것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는 저승왕과 지옥의 모습, 형벌에 대한 소개를 통해 사후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죽은 영혼이나 조상의 극락행과 새ㆍ나비와 같은 이상적인 존재로의 환생을 기원하는 것이 목표이다.

육지에서도 제주도의 와 같은 성격을 띠는 무가가 다수 발견된다. 이 역시 죽은 자를 위한 천도의 성격이 강한 진오귀굿, 오구굿 등에서 에 앞서 불린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동해안오구굿](/topic/동해안오구굿) 판염불에서 불리는 , 서울진진오기굿 [사재삼성](/topic/사재삼성)거리에서 불리는 , 진도와 순천 등지 씻김굿의 , 남해안의 등이 있다. 이들 육지의 무가 역시 처럼 불경인 『시왕경』에 근거한 저승 시왕과 지옥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죽은 망자를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도래, 저승사자와 망자의 저승행 노정기, 저승차사에 인정 걸기 등의 내용을 삽입하고 있어 불교의 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의 이본(異本)으로는 현용준의 『제주도무속자료[사전](/topic/사전)』에 수록된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시왕맞이 제차 안의 방광침에서 불리는 짧은 무가로, 이름이 달리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 방광침에 뒤따라 진행되는 의 서두에 있는 역시 와 일정부분 공통점을 지닌 자료로 볼 수 있다. 다만 에서는 망자가 죽음에 처한 순간과 저승차사의 도래, 저승차사에게 이끌려 저승에 간 망자가 각 지옥을 거치며 생전의 죄업에 따른 형벌이 집행되는 모습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진진오기굿의 경우처럼 불교가사 에 좀 더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편 말미에 “그날 적베지(赤牌紙) 무루옵던 처(差使)가 오 영신(靈神) 안동한 처네다. 처님전 난시본산국을 신풉네다”라고 하여 곧이어 [구연](/topic/구연)될 의 주인공 강림차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또는 류 무가가 시왕맞이 제차에서 구연되는 이유가 저승차사를 불러 모시기 이전에 신의 위계에 맞게 시왕을 소개하고 위하는 것에 목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서문당한국의 세시풍속임동권1972
국립문화재연구소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충청북도편1976
아세아문화사한국무속의 연구최길성1978
집문당한국무속연구김태곤198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한국민속대관 31982
집문당한국민간신앙연구김태곤1983
연세대학교출판부한국 무교의 역사와 구조유동식1985
동문선조선무속고이능화, 이재곤 역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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