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굿

한국무속신앙사전
입춘굿
제주도에서 입춘에 베풀어지던 [굿놀이](/topic/굿놀이). 입춘굿을 ‘[춘경](/topic/춘경)(春耕)’ 또는 ‘입춘춘경(立春春耕)’이라고 하며, 이 굿을 노는 것을 “춘경(春耕)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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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입춘에 베풀어지던 [굿놀이](/topic/굿놀이). 입춘굿을 ‘[춘경](/topic/춘경)(春耕)’ 또는 ‘입춘춘경(立春春耕)’이라고 하며, 이 굿을 노는 것을 “춘경(春耕)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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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
정의제주도에서 입춘에 베풀어지던 [굿놀이](/topic/굿놀이). 입춘굿을 ‘[춘경](/topic/춘경)(春耕)’ 또는 ‘입춘춘경(立春春耕)’이라고 하며, 이 굿을 노는 것을 “춘경(春耕)친다”고 한다.
내용입춘은 새 철이 드는 날로 봄의 시작이며, 농부들에게는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날로써 이 날 한 해 농사의 풍등을 기원하는 풍농굿이 행해졌다는 것은 [세시풍속](/topic/세시풍속)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원조의 『탐라록』 「입춘일념운(立春日拈韻)」에 기록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二十四日 立春 戶長具官服 執耒耟以木爲牛 兩兒妓左右執扇 謂之退牛 熱羣巫擊鼓前導 先自客舍次入營庭 作耕田樣 其日自本府設饌以饋 是耽羅王籍田遺俗云(12월 24일 입춘날이다. 관복을 갖춰 입을 호장이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쟁기](/topic/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 좌우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흔들며 따른다. 이를 ‘쇠몰이(退牛)’라 한다. 심방들은 신명나게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며, 먼저 객사에서 시작하여 차례로 관덕정 [마당](/topic/마당)으로 들어와 밭을 가는 흉내를 내었다. 이날은 본 관아에서 음식을 차려 모두에게 대접하였다. 이것은 탐라왕이 적전하는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이 기록에 나타난 입춘굿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입춘굿은 탐라왕 때부터 친경적전하던 유풍이며 관아에서 주관한다. 입춘굿놀이의 중요 배역은 목사와 관원, [도황수](/topic/도황수), 호장, 무격배, 농부, 처, 첩, 동기(童妓)들, 새, 낭쉐[木牛] 등이다. 한 해 농사의 풍등을 점친다([보리](/topic/보리) 낟가리점). 호장과 심방들이 객사에 나타나 문안 인사를 한다. 모의적 파종의례를 통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새가 날아와 훼방을 놓으면 ‘사바치(사냥꾼)’가 등장해 새[邪]를 쫓는 대목에서부터 입춘탈놀이가 시작된다. 모의적인 농경의례를 행한다. 씨앗싸움(씨할아비가 밭할미를 조정하여 농부는 땅을 고른다)을 한다. [마당굿](/topic/마당굿)을 끝내고 관아의 [문전제](/topic/문전제)(門前祭)로 들어간다. 문굿을 하여 각 창고의 부정을 막고 풍요를 기원한다. 한 해의 농사를 기원하는 비념을 하면서 굿을 마친다.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입춘굿은 하늘에서 내려온 농경신 세경할망을 모셔서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굿을 하고, 칠성동 송씨 집안의 [조상신](/topic/조상신)이 되었다가 관아에 들어와 옥할망(감옥을 수호하는 신)·관청할망(동헌을 수호하는 신)·창할망(창고를 수호하는 신)·과원할망([과수원](/topic/과수원)을 수호하는 신) 등과 제주시 각 집안의 [안칠성](/topic/안칠성)(고방을 수호하는 신)·[밧칠성](/topic/밧칠성)(뒤뜰을 수호하는 신)이 된 뱀신 부군칠성을 위한 [칠성제](/topic/칠성제)와 관아 각 건물의 액을 막고 문굿인 문전제를 겸하는 한편 한 해 농사의 풍요를 빌고 제주목 관아의 액을 막는 관민합동의 굿이다. 칠성제에는 반드시 뱀신을 위한 토산당굿과 각 관청지기가 된 뱀신을 대접하고 청마다 액을 막기 위한 [액막이굿](/topic/액막이굿)으로 [전상놀이](/topic/전상놀이)를 하였다.

풍농굿은 농경신 자청비를 맞이하여 [세경본풀이](/topic/세경본풀이)를 한 다음 농사가 잘되게 해주십사 기원을 하고, 농사의 전 과정을 연극적으로 보여주는 [세경놀이](/topic/세경놀이)를 하였다. 세경놀이는 모의적인 풍농굿으로서 성적 상징성이 짙은 놀이굿이며, [보리뿌리점](/topic/보리뿌리점)을 통하여 한 해의 농사를 점치는 주술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이 보리뿌리점이 입춘굿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세경놀이가 끝나면 다시 이 모의적인 농경의례를 탈굿놀이로 보여주는 [입춘탈굿놀이](/topic/입춘탈굿놀이)를 한다. 이 굿놀이에서 사용되는 탈은 [영감놀이](/topic/영감놀이)·전상놀이 등에 쓰는 원초적인 종이탈의 발전적인 형태라 볼 수 있다. 탈놀이의 내용은 세경놀이가 발전한 탈굿으로서 육지부 [탈춤](/topic/탈춤)의 영향인지 아니면 육지부 탈놀이의 원형인 굿놀이인지 알 수 없지만 탈춤에 등장하는 꿩과 포수, 호장([양반](/topic/양반)), 할망(처), 기생(첩)의 삼각관계 등이 나타난다.

제주 무속의 놀이굿에서 사용되는 원초적인 종이탈이 무형의 신격을 나타내고 이 종이탈이 발전하여 유형의 인물을 표현한 입춘탈로 변한 것이라면 진주·통영·고성 등지의 탈춤에 나오는 [오광대](/topic/오광대)탈은 종이탈이 발전되어 인물의 전형성을 획득하여 이루어진 완성형 탈이고, 이와는 달리 제주 입춘굿의 종이탈은 종이탈과 오광대탈의 과도기적 중간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耽羅錄
心齋集
제주도 실기 (김두봉, 1936)
탐라국 입춘굿놀이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2002)
역사이 굿은 탐라국 시대부터 탐라왕이 백성들 앞에서 밭을 가는 친경적전(親耕耤田)의 유습(遺習)이 조선조에 왕을 대신하여 호장이 나무소[木牛]를 끌며 농경의 모의적 행위를 실연하고 풍농을 비는 [거리굿](/topic/거리굿)을 중심으로 한 관민합동의 축제이자, 신년의 풍농굿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이원조(李源祚, 1792~1871)의 『탐라록(耽羅錄)』에 입춘굿에 대한 기록이 있다. 입춘굿은 이원조가 방어사로 제주도에 부임한 헌종 7년(1841)부터 활발하게 전승되다가 미신타파라는 이름 아래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탄압으로 1914년 전승이 단절된 이후에도 입춘굿이 간신히 전승돼 왔다. 20세기 초의 역사서인 김석익(金錫翼, 1885~1956)의 『심재집(心齋集)』에 수록된 「해상일사(海上逸史) 춘경조(春耕條)」에는 이원조의 기록과 거의 유사하게 입춘의 춘경(春耕)에 대한 풍속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인 인류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가 쓴 『일본주변민족(日本周邊民族)의 원시종교(原始宗敎)』 「민족학상(民族學上)에서 본 제주도(濟州道)」에 의하면 조선총독부에 부탁하여 이것을 실연시켜 참관하고 그 모습을 보고하고 있다. 이 굿은 춘경(春耕)이라는 무답(舞踏)으로 무당 100여 명이 모여서 했으며, 무언극으로 대사가 없는 일종의 드라마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1914년 외국인 선교사가 촬영한 사진이 현재 남아 있다. 1924년 일제하에서 제주도청(濟州島廳)에서 간행한 『미개(未開)의 보고(寶庫) 제주도(濟州島)』를 살펴보면 “매년(每年) 입춘일(立春日) 목사청(牧使廳)에 모여 동리마다 흑우(黑牛) 한 마리를 바쳐 목사와 도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함과 동시에 농작물의 풍요를 산신과 해신에게 빌고, 여흥으로 [가면극](/topic/가면극) 형태의 고대극과 흡사한 것을 연출한다”라고 하였다. 1936년 김두봉(金斗奉)이 쓴 『제주도실기(濟州島實記)』의 「권농(勸農)하는 춘경풍속(春耕風俗)」이란 글은 『심재집』의 글을 발췌하고 자신이 직접 목격했던 장면을 첨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입춘굿을 설명하고 있다.

입춘굿은 1914년 축제로서의 전승은 끊겼지만 기록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1998년 탐라국입춘굿놀이란 이름으로 복원돼 전승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입춘굿놀이는 입춘굿의 원형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둬 전통민속놀이이며 고대부터 전승되는 축제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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