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전풀이

한국무속신앙사전
함경도 함흥에 전승되는 돈전[錢]의 내력에 관한 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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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함흥에 전승되는 돈전[錢]의 내력에 관한 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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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선
정의함경도 함흥에 전승되는 돈전[錢]의 내력에 관한 본풀이.
내용는 동일한 내용의 본풀이가 여러 각 편 전해지고 있어 중요한 본풀이 가운데 하나였을 개연성이 있다. 현재 이 본풀이는 채록된 자료만 전할 뿐 전승은 단절됐다.

함경도에서 죽은 사람을 위한 굿을 하게 되면 굿당에 돈전을 장식한다. 이 본풀이는 이것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알리는 긴요한 본풀이다. 내용 자체가 복합적이어서 한결같은 의미로 일관되게 해명하기가 어렵다. 는 돈전굿, 돈전쪼이라고도 한다.

는 특별하게 돈전의 기원을 ‘돈전’과 ‘변전’에서 찾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본풀이의 서두와 결말 부분에 있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그 판관들이 나 올 적에 전상에 돈을 내줍니다./ 많은 사람 많이 주고 적은 사람 적게 주고 거제 있는 맥에 놓은 사람덜/ 어 몇 만냥(萬兩)이 되겠습니다. 이런 것 든 다 내 주는데 망령으느 오늘이/ 가주고 나와서 잡수구 살아 노이러 가다가/ 세상 떠난 지 ○年이 되였습네다. 그런데 숫탄 빗을 [가지](/topic/가지)고 환전도 못 바/ 치고 벤전도 못 바치니 오늘 날으느 망령에 초혼날이 되기를 예납으로 드리/ 놓고 각삭 제사를 다 멘하고 정상에서 가주고 나온 본전을 환전을 바치고/ 벤전으느 대왕님전에 모두 바치니 그 대왕이 얼매를 되겠습니다./ 이 돈을 디리는 근본이가 궁주섬에 궁산이가 장안 부잽니다.”

“그렇겄다 그러며는 너이들이가 선간으로 올라 가라 선간에 올라 가서/ 돈 찾이를 해라 인간 사람이라 [옥황상제](/topic/옥황상제)께서 명을 빌어 준다 칠셍이란 것/ 은 복을 준다. 너는 많이 줄 사람은 많이 주고 적기 줄 사람은 적기/ 주고 금상에 나온 사람으느 다 돈을 조라 그러니 너 돈 찾이를 하여라/ 멩월각씨는 한전을 찾이하고 궁산이느 벤전을 찾이 하라.”/ “그래서 그때부터 벤전 본전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벤전 본전을/ 찾이하니 궁산이가 멩월각씨는 돈전 [불림](/topic/불림)에 들어가 있는 법입네다.”

는 함경도 망묵굿의 한 굿거리에 해당한다. 함경남도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큰굿을 한다. 이를 망묵굿 또는 새남굿이라고도 한다. 망묵굿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의 사자에게 끌려가는 동안 사용하라고 황색의 종이돈과 흰색의 종이돈을 마련해 굿판에 장식하여 놓는다. 이른바 저승에서 사용하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지방의 영혼 천도를 위한 굿과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금전 및 은전의 장식물과 이에 관한 내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에서 돈을 알맞게 쓰며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의 내력을 [구연](/topic/구연)한다.

에서 핵심은 ‘환전’과 ‘변전(邊錢)’이다. 이것은 본전과 이자 및 특별하게 사용하는 돈의 내력을 말한다. 본풀이의 서두에서는 인간은 전생에 숱한 빚을 지고 살게 되는 동시에 이 빚은 본전과 환전으로 나뉘는데 이것을 갚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초점이다. 또한 망자의 갑자(甲子)에 따라 그것이 속한 대왕에게 바치는 돈이 있으며,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이 돈전의 내력이 곧 의 주요 내용이다.

의 서사 내용이 장황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간추려서 핵심적인 내용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궁상선비는 재산이 많고 놀이에 호기심이 많은 존재이며 학식과 재색을 겸비한 명월각시라는 여성과 혼사가 오가다가 마침내 그녀와 혼인하였다. 배나라의 배선비가 궁상선비의 재산과 명월각시를 탐내 여러 차례 거짓내기를 하여 져 주는 척하다가 마침내 본격적인 내기를 한다. 결국 배선비는 궁상선비와 내[기장](/topic/기장)기를 두어 온갖 본전을 얻는 것과 함께 심지어 명월각시까지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게 된다.

명월각시는 궁상선비의 불행하게 된 사정을 알게 된 뒤에 지인지감(知人之監)이 있어 궁상선비를 위해 소를 잡고 육포를 떠서 이것으로 세 벌의 옷을 입게 하였다. 그리고 보따리와 ‘소함박’에다 낚시를 준비하여 넣어 두었으며, 집에서 기르는 ‘봉학이’를 데려 가기로 하였다. 또 배나라 배선비는 명월각시를 데리고 배나라로 돌아갈 때 궁상선비를 집에 데려가서 쓰자고 하면서 배에 태워 가다가 그를 물에 빠뜨려 죽게 한다.

한편 배선비는 자신의 나라에 가서 명월각시의 정조를 유린하려고 하지만 명월각시는 전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함께 잘 수 없다고 거절한다. 배선비가 얼마 뒤에 다시 동침을 요구하자 명월각시는 종이칼로 종이단추를 베어야만 동침할 수 있다면서 배선비의 요구를 다시 미룬다. 그리고 명월각시는 자신이 기르는 봉학이를 불러 ‘궁주섬’에 있는 궁상선비를 구하라고 날려 보낸다.

궁주섬에 버려진 궁상선비는 봉학이 덕분에 물가에 올라와 결국 살아나게 된다. 명월각시가 마련한 옷 속에 감추어진 음식을 먹고, 소함박 안에 있는 낚시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간다. 궁상선비는 궁주섬에 갇혀 있다가 봉학이의 잔등에 올라타서 그 섬을 빠져나오는 도중에 봉학이가 기운이 없어 떨어져 죽게 될 지경이 되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먹이면서 마침내 그곳을 탈출한다. 궁상선비는 그때부터 함박을 가지고 빌어먹으며 ‘이걸이’(거지)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명월각시는 봉학이를 통해 궁상선비가 궁주섬을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걸이 잔치’(걸인 잔치)를 하여 남편을 만나려는 계획을 꾸민다. 명월각시는 배선비를 설득하여 이걸이 잔치를 하게 한다. 궁상선비는 이 잔치에 와서 계속 얻어먹지 못하다가 마침내 명월각시를 만난다.

명월각시는 잔치에 온 삼천 유인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옷을 내놓아 이것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배선비가 구슬옷을 입으려고 하지만 입지 못하자 명월각시는 삼천 유인들이 보는 앞에서 배선비에게 호통을 치고는 궁상선비와 집을 나와 이걸이로 나선다.

궁상선비와 명월각시는 걸인으로 빌어먹고 다니다가 결국 잘사는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머물러 살게 된다. 궁상선비가 하루는 산책을 하다가 돌아와서 돈이 한 칠 푼이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명월각시가 돈 칠 푼을 준다. 궁상선비는 이 돈 칠 푼으로 거의 다 죽게 된 고양이를 사와서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며 함께 산다.

또 하루는 궁상선비가 명월각시에게 돈 반 냥이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하자 명월각시는 돈 열다섯 닢을 준다. 궁상선비는 이 돈으로 ‘뱀이’를 산다. 석 달 열흘이 되어서 뱀이가 사라지고 없게 되자 궁상선비가 뱀이를 찾으며 애타게 기다리는데 뱀이가 갑자기 나타난다. 뱀이는 자기가 용왕의 아들이라고 하며 껍질을 벗고 새파란 새서방이 되면서 ‘용곡천자’임을 강조한다. 용곡천자인 ‘새파란 새서방’이 용궁에 가서 아버지에게 자신을 구해 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자 하는 사연을 말하고 궁상선비와 명월각시를 데려온다.

‘새파란 새서방’은 궁산선비에게 용왕이 상으로 바라는 것을 주겠다고 하면 ‘건망[중태](/topic/중태)’를 달라고 말하라며 일러준다. 궁상선비는 그대로 말하였으나 용왕이 주지 않아 그냥 나온다. 그러자 궁상선비가 기르는 고양이가 용궁에 들어가 그것을 훔쳐 온다. 그리고 궁상이 내외가 건망중태를 걸어 놓자, 하룻밤을 자고 나면 여기에 돈이 가득하고 다시 하룻밤을 자고 나면 또 돈이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궁상선비의 집에 돈이 차는 대신 천자상감의 돈이 줄어들어서 그 까닭을 조사한다. 궁상선비의 집에 자신의 돈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천자상감은 궁상선비가 나랏돈을 가져간 것이라고 하면서 이들에게 벌을 주려 하다가, 건망중태가 탐이 나 이것을 빼앗아 간다.

그러나 천자상감네에 걸어 놓은 건망중태에는 검불과 소똥이 가득 찬다. 그래서 이를 다시 궁상선비와 명월각시에게 되돌려주게 된다. 궁상선비네 집으로 돌아온 건망중태에는 다시 돈이 가득 들어차게 된다. 천자상감은 궁상선비와 명월각시를 통해 여러 사연을 듣고 난 뒤 이들을 선관으로 오르게 한다. 궁상선비와 명월각시 둘은 결국 ‘본전’과 ‘환전’을 차지하는 신으로 좌정하게 된다.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서사무가인 본풀이가 장형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하나의 이야기보다 여러 이야기가 섞여서 전승되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여러 사건이 뒤죽박죽된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유형적 복합이 이루어질 때에 분명한 원칙과 구성의 원리가 있다.

1. 궁상선비와 명월각시 및 배선비의 대결담 : 이것이 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궁상선비, 명월각시, 배선비의 삼각 갈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이와 동일한 구도로 되어 있는 것이 과 이다. 부부로 이루어진 한 가정이 있다. 여기에 한 남성이 끼어들어 가정이 파탄되지만 여성이 지혜를 발휘하여 외부의 남성을 퇴치한다는 내용이다. 여성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 요점이다.

2. 고양이와 뱀의 구원담 : 궁상선비가 고양이와 뱀을 말하는 뱀이를 구해 주는 이야기다. 주목할 것은 여기서 돈전이 긴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궁상선비가 아내인 명월각시로부터 필요한 돈을 받고, 이 돈이 점점 불어서 다른 무엇으로 환원된다는 것은 돈의 환전과 순환을 말하는 것이다. 돈은 반드시 긍정적인 구실을 하고 이 구실에 입각해 다른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하는 경제적 순환을 나타낸다. 칠 푼의 돈은 고양이를 사는 데, 돈 반 냥은 뱀이를 구하는 데 들어간다. 물론 이 [동물](/topic/동물)들은 궁상이 내외가 고난을 당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데 긴요한 구실을 한다. 고양이는 망태를 구해 주고, 뱀은 망태를 알려줌과 함께 궁상선비 및 명월각시에게 용궁을 구경하게 해 주는 구실을 한다. 여기서 고양이와 뱀을 구하게 해 준 돈은 물질의 순환에 긍정적인 구실을 하고 사람과 동물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3. 뱀에 암시된 용궁의 보물 획득담 : 궁상선비 내외가 구해준 뱀은 사실 ‘새파란 새서방’이고 이 새서방으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것은 흔히 작제건설화나 [군웅본풀이](/topic/군웅본풀이)에서 용왕의 아들이 육지에서 온 인물에게 용궁의 보물을 가져가게 하는 이야기와 상통한다. 이것은 [민담](/topic/민담)적 차용에 의한 것이다. 일정한 값을 치르고 구한 동물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보은으로 은인에게 무엇을 가지라고 지정해 주는 이야기는 흔히 발견된다. 작제건설화나 군웅본풀이에서는 자신의 누이를 주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누이는 신통력을 발휘해 주인공을 돕게 되어 있다. 그러나 궁상선비 부부에게는 주인공의 재산을 불려주는 물건이 필요했지만 이 보물은 용왕의 거절로 인해 얻지 못하게 된다.

4. 고양이의 보물 획득담 : 뱀이 보은의 표시로 주려던 보물을 용왕이 허락하지 않자 이를 얻기 위해 고양이가 활약한다. 이것은 주인을 위해 보물을 가져다 주는 개 및 고양이의 보은담과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주인이 잃은 보물을 개와 고양이가 이웃집에서 가져와 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변이](/topic/변이)를 일으키면서 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된다.

5. ‘건망중태’에 돈이 채워지는 마술담 : 이 화소(話素)와 [삽화](/topic/삽화)(揷話)는 전형적인 ‘[화수분](/topic/화수분) 이야기’와 상통한다. 어떠한 재물을 넣으면 이 도구 안에서 계속 재물이 불어나게 되는데, 그 도구가 여기에서는 건망중태로 되어 있다. 이 화수분 이야기 설화는 독립적으로 유형화된 이야기로, 에 들어와서 새로운 의미로 구성되었다. 문제는 이 주술적인 보물이 나라의 임금이 가지고 있는 금을 축내게 하고 이것이 이들 부부와 관계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임금이 보물을 빼앗지만 이 보물이 임금에게는 검불과 소똥만을 뱉어낸다는 긴요한 차이가 있다. 선한 보물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6. 의 기원담 : 결말인 이 대목은 의 요점이다. 돈전의 담당자가 누구인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에서만 발견된다. 다른 본풀이나 민담에서 이에 대한 내력을 말하는 것은 없다. 돈에 관한 습속과 이야기는 있어도 돈이 특별한 사정을 해결하는 것이나 이를 지키는 신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는 각별한 신화이다. 유사한 용례를 본다면 관우가 재물신이 되는 것과 상통한다. 돈전은 특정 시대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인류가 이룩한 문화적 전개 과정에서 이야기가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의 의의를 몇 가지 각도에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돈전의 내력을 말하는 점에서 이 본풀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돈전의 내력을 신들의 갈등 관계로 해명하는 전례(前例)는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에서 제시한 돈전의 활용 범위가 재물의 순환과 관련이 있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돈은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순환에 근거한다. 이 순환의 이면에 물물교환의 이면적 문제의식이 잠재되었다.

둘째 이 본풀이는 특정 창자의 별난 전승이 아니다. 다른 본풀이로 전승되는 각 편이 세 가지 있다. 그것들과 견주어서 이 본풀이의 공통적인 유형의 전승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는 손진태, 임석재, 김태곤 등의 채록에 의해 세 가지 각 편이 전승된다. , , 등 각기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공통적인 내용인 데도 결과적으로 부여되는 신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일월마울, 돈전과 변전의 신, 선관 등 상이한 신격이 부여되지만 궁상선비, 명월각시, 배선비 등 삼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남녀의 갈등에 근거하는 점에서 동일한 본풀이임이 확인된다.

셋째 본풀이와 민담의 교섭 양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본풀이는 본풀이의 고유한 내용이 장형서사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이와 달리 본풀이에 일반적인 민담 내용이 가미되어 장황하고 다양하게 구성되는 일이 벌어진다. 가 여기에 해당한다. 본풀이와 민담의 교섭 양상은 제주도와 함경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 본풀이 역시 지역적 특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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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색시형 설화연구 (이수자, 이화어문논집 7,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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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화의 연구 (서대석, 집문당, 2001)
함경도 본풀이 의 특징과 의의 (김헌선ㆍ시지은, [구비문학](/topic/구비문학)연구 29, 한국구비문학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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