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

한국무속신앙사전
각종의 동제(洞祭)에서 사용하는 기(旗). 당기는‘[신대](/topic/신대)〔神대〕’ 또는 ‘신기(神旗)’와 역사 및 종교상의 친연성을 지닌다. 당기에는 근원적으로 세계축(WorldAxis)과 [마을](/topic/마을)[기둥](/topic/기둥)(Town-Pillar)이라는 원초적 뜻이 있다. 또한 당기는 그 자체가 신체(神體)가 되기도 한다. 당기는 동제의 모든 절차에 걸쳐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지닌다. 동제의 시공간을선포하고, 특히 당 주변과 마을을 신역(神域)으로 확정지어서 모든 잡귀와 재액의 범접을 차단하며, 당에 오르는 등의 각종 종교 행렬을 선도하는 종교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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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의 동제(洞祭)에서 사용하는 기(旗). 당기는‘[신대](/topic/신대)〔神대〕’ 또는 ‘신기(神旗)’와 역사 및 종교상의 친연성을 지닌다. 당기에는 근원적으로 세계축(WorldAxis)과 [마을](/topic/마을)[기둥](/topic/기둥)(Town-Pillar)이라는 원초적 뜻이 있다. 또한 당기는 그 자체가 신체(神體)가 되기도 한다. 당기는 동제의 모든 절차에 걸쳐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지닌다. 동제의 시공간을선포하고, 특히 당 주변과 마을을 신역(神域)으로 확정지어서 모든 잡귀와 재액의 범접을 차단하며, 당에 오르는 등의 각종 종교 행렬을 선도하는 종교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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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영
정의각종의 동제(洞祭)에서 사용하는 기(旗). 당기는‘[신대](/topic/신대)〔神대〕’ 또는 ‘신기(神旗)’와 역사 및 종교상의 친연성을 지닌다. 당기에는 근원적으로 세계축(WorldAxis)과 [마을](/topic/마을)[기둥](/topic/기둥)(Town-Pillar)이라는 원초적 뜻이 있다. 또한 당기는 그 자체가 신체(神體)가 되기도 한다. 당기는 동제의 모든 절차에 걸쳐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지닌다. 동제의 시공간을선포하고, 특히 당 주변과 마을을 신역(神域)으로 확정지어서 모든 잡귀와 재액의 범접을 차단하며, 당에 오르는 등의 각종 종교 행렬을 선도하는 종교적 역할을 한다.
정의각종의 동제(洞祭)에서 사용하는 기(旗). 당기는‘[신대](/topic/신대)〔神대〕’ 또는 ‘신기(神旗)’와 역사 및 종교상의 친연성을 지닌다. 당기에는 근원적으로 세계축(WorldAxis)과 [마을](/topic/마을)[기둥](/topic/기둥)(Town-Pillar)이라는 원초적 뜻이 있다. 또한 당기는 그 자체가 신체(神體)가 되기도 한다. 당기는 동제의 모든 절차에 걸쳐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지닌다. 동제의 시공간을선포하고, 특히 당 주변과 마을을 신역(神域)으로 확정지어서 모든 잡귀와 재액의 범접을 차단하며, 당에 오르는 등의 각종 종교 행렬을 선도하는 종교적 역할을 한다.
내용당기도 다른 기와 마찬[가지](/topic/가지)로 기와 깃대, 그리고 깃봉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가장 원초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깃대이다. 지금은 거의 은폐된 상징이지만, 깃대에는 본질상 세계축의 의미와 기능이 깃들어 있다.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기에 신령들이 인간계와 접촉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2월 초하루에 목간(木竿) 12개를 세워서 신령을맞이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제주도 서귀포의 산왕제(山王祭) 때에 집의 사방 또는 팔방에 대나무 신간(神竿)을 세워서 여러 신령을 부르는 [영기](/topic/영기)(靈旗)나 은산별신제·하회별신굿·강릉단오제 등을 비롯해서 각 동제에서 방울을 단 신간(神竿)도 모두 신령의 하강로(下降路)로 여겨지며, 때로는 그것 자체가 신체(神體)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낭대나 [농기](/topic/농기) 또는 당기를 세우고 그 앞에서 [헌작](/topic/헌작)을 하고 재배하는 모습에서 그것이 곧 신체(神體)로서도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자체가 신성성(神聖性)을 띠기도한다. 가령 동제 때에 부정한 사람이 참가하고 있으면 서낭대가 그 사람을 내리친다든가, [두레](/topic/두레) 싸움의 대부분이 농기에 대한 신성과 권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으며, 다른 [마을](/topic/마을)을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받은 경우 영기(令旗)로 땅을 긋고 나오면 그 마을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등은 모두 그러한 민속적 관념의 표현이다. 동제로서 치러지는 기고사나 정초의 [세시풍속](/topic/세시풍속)인 [기세배](/topic/기세배) 등도 기(旗)가 마을의 신간(神竿)이며 표상(表象)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깃봉에 매다는 방울이나 장목도 깃대가 지닌 세계축의 기능을 보강하는 부속물들이다. 방울은 신령의 초빙을 의미하고 장목은 천상으로의 비상(飛翔)을 뜻한다.

기폭(旗幅)인 깃발은 천으로 만든다. 대개 직사각형으로 제작된다. 깃발의 가장자리에는 지네발로 장식하여 그 위엄을 갖춘다. 지네발은 너슬너슬하게 오려 붙인 지네 모양의 헝겊이다.

깃발에는 대개 묵서(墨書)를 하거나 헝겊을 오려서 덧대는 방식으로 글씨나 문양을 표현한다. 대규모의 종교행사인 별신제를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기(旗)들이 특별히 제작되지만, 자연촌락 단위의 동제(洞祭)에서는 대체로 평소에 쓰던 농기(農旗)가 사용된다. 어촌에서는 당기(堂旗) 외에 여러 기를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용기](/topic/용기)(龍旗)는 [용왕제](/topic/용왕제)의 신성과 위엄을 드러낸다. [서낭기](/topic/서낭기)도 동제를 위하여 특별히 마련한 중요한 당기이다.

흔히 소규모의 자연촌락에서는 마을의 대표적 표상(表象)인 농기가 신기(神旗)로서 동제 기간 내내 모든 절차에 걸쳐 두루 사용된다. 이 기간에는 농기가 당기(堂旗)로 전환되어 더욱 강한 종교성을 띠게 된다.

먼저 [제관](/topic/제관)이 선출되면 곧바로 그 집 앞에 [금줄](/topic/금줄)을 드리우고 [황토](/topic/황토)를 펴며 당기를 높이 세운다. 먼 곳에서도 제관 집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누구도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당기가 펄럭이면 마을은 본격적으로 당제의 금기기간으로 진입한다.

풍장패가 쇠가락을 울리며 당에 오를 때나, 마을을 순회하는 행렬을 지을 때나, 지신밟기를 하러 [마당](/topic/마당)에 들어설 때나, 항상 당기는 항상 맨 앞에 선다. 당기는 동제의 종교행렬에서 가장 중요한 선도(先導) 역할을 한다.

당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당기를 제당(祭堂) 앞이나 그 부근에 우뚝 세운다. 당제를 마치고 하산할 때에도 당기가 앞장을 선다. 하산하면서 하당(下堂)에 내려올 때까지 중간에여러 당에 제사를 올린다면 여기서도 역시 당기를 먼저 세워 놓고 진설을 시작한다. 마을 주변의 서낭에 두루 제를 올릴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어느 마을이고 [우물](/topic/우물)고사를 지낼때에는 반드시 당기를 우물 앞에 세워 놓는다. 어떤 마을에서는 새로 깨끗하게 품어 놓은 우물을 봉하고 그 앞에 당기를 세움으로써 동제 기간 내내 우물 사용을 금지하는 표식으로 삼는다.

충남 보령시 외연도의 경우를 보면 당제를 위하여 장배가 뜨면 곧 선실(船室) 앞에 당기를 꽂았다. 당기의 깃대로는 상단에 댓잎을 자르지 않은 대나무 장대를 쓴다. 깃발은 [광목](/topic/광목)으로 가로 세로 다섯마 정도 되게 만든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천으로 ‘상(上)’이란 글자를 오려 붙인다.

예전에는 당기에 부정한 사람이 접근하면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는다고 하여 무척 조심하였다. 깨끗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당기 앞을 지나지 못하도록 하였다.‘상(上)’이란 글자를 넣은 이 당기는 해마다 당주네 집에서 직접 만든다. 지난 해에 만든 당기는 당산의 서쪽 오동나무 숲 밖에 꽂는다. 외연도의 서쪽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배는 이 당기를 보고서외연도가 당제 기간임을 알아차린다. 인근 섬의 사람들로 하여금 주의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예전에는 당제가 끝나면 용기, 삼영기, 당기를 모두 당주네 집에서 간수하였다. 당주는 집에 [시렁](/topic/시렁)을 만들어 그 위에 기를 올려놓았다. 이렇게 당주네 집에 여러 신령스러운 기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부정한 사람은 물론 일반 사람들도 함부로 당주네 집을 출입하는 것을 삼갔다. 또한 동네에 초상이나 출산과 같은 애경사가 있어도 당주네 식구들은 가기를 꺼렸다. 근래에는 불편하고 번거롭다 하여 당제가 끝나면 모든 기를 당집에 보관한다. 그래서 당주네의 부담을 덜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인 은산별신제에서는 [화주](/topic/화주) 집 [대문](/topic/대문) 양옆에 영기(令旗)를 각각 하나씩 세우고, 대기(大旗)와 별신사명기(別神司命旗)를 높이 내건다. 많은 깃발이 휘날리기 때문에 누구도 한눈에 금세 화주 댁임을 알 수 있다. 영기는 군중(軍中)에서 군령(軍令)을 전할 때 내거는 깃발이다. 그리고 사명기는 원래 군영(軍營)의 대장(大將)·유수(留守)·순찰사(巡察使)·통제사(統制使) 등이 휘하의 군대를 지휘하는 기이다. 따라서 ‘별신사명기’란 별신(別神)이 자신의 군대를 통솔한다는 깃발이다. 곧 영기와 별신사명기가 휘날리는 화주 댁은 별신이 좌정하고 그 명령이 발동되며 집행되는 공간임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대기(大旗)는 은산리 전래의 농기(農旗)이다. 이는 아마도 별신제를 치르기 이전에 은산리의 산제·장승제에서 널리 쓰였던 마을신앙의 상징적 깃발이다. 곧 농기는 은산리의 전통적 산신제·장승제의 신기(神旗)이며, 영기와 별신사명기는 별신제의 신기이다. 따라서 별신제가 그 안에 산신제와 장승제를 담아서 유교식 제사와 무속의 굿으로 [합사](/topic/합사)(合祀)하였듯이, 화주 댁 앞의 농기 및 영기·별신사명기는 시간에 앞서는 산신제와 그 후의 별신제가 융합하였음을 시사한다.
참고문헌[신대](/topic/신대)와 [농기](/topic/농기) (이보형, 한국문화인류학 8, 한국문화인류학회, 1976)
장말 도당굿 (황루시, 한국인의 굿과 무당, 문음사, 1988)
솟대 (이필영, 대원사, 1990)
[마을](/topic/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
기 (이보형·이훈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topic/사전) 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
충남 서해 도서지방의 당제 연구-외연도를 중심으로 (이필영, 국사관논총 82, 1998)
서천의 당제-서면을 중심으로 (이필영, 서천문화원, 2004)
내용당기도 다른 기와 마찬[가지](/topic/가지)로 기와 깃대, 그리고 깃봉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가장 원초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깃대이다. 지금은 거의 은폐된 상징이지만, 깃대에는 본질상 세계축의 의미와 기능이 깃들어 있다.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기에 신령들이 인간계와 접촉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2월 초하루에 목간(木竿) 12개를 세워서 신령을맞이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제주도 서귀포의 산왕제(山王祭) 때에 집의 사방 또는 팔방에 대나무 신간(神竿)을 세워서 여러 신령을 부르는 [영기](/topic/영기)(靈旗)나 은산별신제·하회별신굿·강릉단오제 등을 비롯해서 각 동제에서 방울을 단 신간(神竿)도 모두 신령의 하강로(下降路)로 여겨지며, 때로는 그것 자체가 신체(神體)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낭대나 [농기](/topic/농기) 또는 당기를 세우고 그 앞에서 [헌작](/topic/헌작)을 하고 재배하는 모습에서 그것이 곧 신체(神體)로서도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자체가 신성성(神聖性)을 띠기도한다. 가령 동제 때에 부정한 사람이 참가하고 있으면 서낭대가 그 사람을 내리친다든가, [두레](/topic/두레) 싸움의 대부분이 농기에 대한 신성과 권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으며, 다른 [마을](/topic/마을)을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받은 경우 영기(令旗)로 땅을 긋고 나오면 그 마을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등은 모두 그러한 민속적 관념의 표현이다. 동제로서 치러지는 기고사나 정초의 [세시풍속](/topic/세시풍속)인 [기세배](/topic/기세배) 등도 기(旗)가 마을의 신간(神竿)이며 표상(表象)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깃봉에 매다는 방울이나 장목도 깃대가 지닌 세계축의 기능을 보강하는 부속물들이다. 방울은 신령의 초빙을 의미하고 장목은 천상으로의 비상(飛翔)을 뜻한다.

기폭(旗幅)인 깃발은 천으로 만든다. 대개 직사각형으로 제작된다. 깃발의 가장자리에는 지네발로 장식하여 그 위엄을 갖춘다. 지네발은 너슬너슬하게 오려 붙인 지네 모양의 헝겊이다.

깃발에는 대개 묵서(墨書)를 하거나 헝겊을 오려서 덧대는 방식으로 글씨나 문양을 표현한다. 대규모의 종교행사인 별신제를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기(旗)들이 특별히 제작되지만, 자연촌락 단위의 동제(洞祭)에서는 대체로 평소에 쓰던 농기(農旗)가 사용된다. 어촌에서는 당기(堂旗) 외에 여러 기를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용기](/topic/용기)(龍旗)는 [용왕제](/topic/용왕제)의 신성과 위엄을 드러낸다. [서낭기](/topic/서낭기)도 동제를 위하여 특별히 마련한 중요한 당기이다.

흔히 소규모의 자연촌락에서는 마을의 대표적 표상(表象)인 농기가 신기(神旗)로서 동제 기간 내내 모든 절차에 걸쳐 두루 사용된다. 이 기간에는 농기가 당기(堂旗)로 전환되어 더욱 강한 종교성을 띠게 된다.

먼저 [제관](/topic/제관)이 선출되면 곧바로 그 집 앞에 [금줄](/topic/금줄)을 드리우고 [황토](/topic/황토)를 펴며 당기를 높이 세운다. 먼 곳에서도 제관 집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누구도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당기가 펄럭이면 마을은 본격적으로 당제의 금기기간으로 진입한다.

풍장패가 쇠가락을 울리며 당에 오를 때나, 마을을 순회하는 행렬을 지을 때나, 지신밟기를 하러 [마당](/topic/마당)에 들어설 때나, 항상 당기는 항상 맨 앞에 선다. 당기는 동제의 종교행렬에서 가장 중요한 선도(先導) 역할을 한다.

당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당기를 제당(祭堂) 앞이나 그 부근에 우뚝 세운다. 당제를 마치고 하산할 때에도 당기가 앞장을 선다. 하산하면서 하당(下堂)에 내려올 때까지 중간에여러 당에 제사를 올린다면 여기서도 역시 당기를 먼저 세워 놓고 진설을 시작한다. 마을 주변의 서낭에 두루 제를 올릴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어느 마을이고 [우물](/topic/우물)고사를 지낼때에는 반드시 당기를 우물 앞에 세워 놓는다. 어떤 마을에서는 새로 깨끗하게 품어 놓은 우물을 봉하고 그 앞에 당기를 세움으로써 동제 기간 내내 우물 사용을 금지하는 표식으로 삼는다.

충남 보령시 외연도의 경우를 보면 당제를 위하여 장배가 뜨면 곧 선실(船室) 앞에 당기를 꽂았다. 당기의 깃대로는 상단에 댓잎을 자르지 않은 대나무 장대를 쓴다. 깃발은 [광목](/topic/광목)으로 가로 세로 다섯마 정도 되게 만든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천으로 ‘상(上)’이란 글자를 오려 붙인다.

예전에는 당기에 부정한 사람이 접근하면 [신벌](/topic/신벌)(神罰)을 받는다고 하여 무척 조심하였다. 깨끗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당기 앞을 지나지 못하도록 하였다.‘상(上)’이란 글자를 넣은 이 당기는 해마다 당주네 집에서 직접 만든다. 지난 해에 만든 당기는 당산의 서쪽 오동나무 숲 밖에 꽂는다. 외연도의 서쪽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배는 이 당기를 보고서외연도가 당제 기간임을 알아차린다. 인근 섬의 사람들로 하여금 주의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예전에는 당제가 끝나면 용기, 삼영기, 당기를 모두 당주네 집에서 간수하였다. 당주는 집에 [시렁](/topic/시렁)을 만들어 그 위에 기를 올려놓았다. 이렇게 당주네 집에 여러 신령스러운 기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부정한 사람은 물론 일반 사람들도 함부로 당주네 집을 출입하는 것을 삼갔다. 또한 동네에 초상이나 출산과 같은 애경사가 있어도 당주네 식구들은 가기를 꺼렸다. 근래에는 불편하고 번거롭다 하여 당제가 끝나면 모든 기를 당집에 보관한다. 그래서 당주네의 부담을 덜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인 은산별신제에서는 [화주](/topic/화주) 집 [대문](/topic/대문) 양옆에 영기(令旗)를 각각 하나씩 세우고, 대기(大旗)와 별신사명기(別神司命旗)를 높이 내건다. 많은 깃발이 휘날리기 때문에 누구도 한눈에 금세 화주 댁임을 알 수 있다. 영기는 군중(軍中)에서 군령(軍令)을 전할 때 내거는 깃발이다. 그리고 사명기는 원래 군영(軍營)의 대장(大將)·유수(留守)·순찰사(巡察使)·통제사(統制使) 등이 휘하의 군대를 지휘하는 기이다. 따라서 ‘별신사명기’란 별신(別神)이 자신의 군대를 통솔한다는 깃발이다. 곧 영기와 별신사명기가 휘날리는 화주 댁은 별신이 좌정하고 그 명령이 발동되며 집행되는 공간임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대기(大旗)는 은산리 전래의 농기(農旗)이다. 이는 아마도 별신제를 치르기 이전에 은산리의 산제·장승제에서 널리 쓰였던 마을신앙의 상징적 깃발이다. 곧 농기는 은산리의 전통적 산신제·장승제의 신기(神旗)이며, 영기와 별신사명기는 별신제의 신기이다. 따라서 별신제가 그 안에 산신제와 장승제를 담아서 유교식 제사와 무속의 굿으로 [합사](/topic/합사)(合祀)하였듯이, 화주 댁 앞의 농기 및 영기·별신사명기는 시간에 앞서는 산신제와 그 후의 별신제가 융합하였음을 시사한다.
참고문헌[신대](/topic/신대)와 [농기](/topic/농기) (이보형, 한국문화인류학 8, 한국문화인류학회, 1976)
장말 도당굿 (황루시, 한국인의 굿과 무당, 문음사, 1988)
솟대 (이필영, 대원사, 1990)
[마을](/topic/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
기 (이보형·이훈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topic/사전) 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
충남 서해 도서지방의 당제 연구-외연도를 중심으로 (이필영, 국사관논총 82, 1998)
서천의 당제-서면을 중심으로 (이필영, 서천문화원,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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