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누메기

한국무속신앙사전
서울굿을 비롯한 해서 지역의 굿에서 구현되는 음식과 굿 비용을 나누는데 작용하는 분배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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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굿을 비롯한 해서 지역의 굿에서 구현되는 음식과 굿 비용을 나누는데 작용하는 분배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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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선
정의서울굿을 비롯한 해서 지역의 굿에서 구현되는 음식과 굿 비용을 나누는데 작용하는 분배의 원리.
내용당주만신의 처지에 의하면 골고루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인다는 말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나누메기’라고도 하는데 이는 황해도 일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굿판에서 형성되는 일정한 경제적 배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일정하게 자신의 구실에 따라서 나누어서 먹는다는 정신에서 비롯된 대동정신의 일체감을 말하는 것으로도 일정 부분 쓰이고 있다.

굿에서도 경제적 순환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은 정상이다. 신에게 바치는 인간의 정성을 [기초](/topic/기초)로 하여 이를 다시 배분한다. 배분에는 사람의 높낮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굿에서 어떠한 기능을 했든 균등하게 분배한다.

노누메기는 일단 기본적으로 신에게 바치는 신찬의 준비부터 이루어진다. [단골](/topic/단골)들 가운데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있을 수 있는데, 부자의 예물과 가난한 자의 예물을 일단 섞어서 균등한 신찬의 예물을 준비한다. 그것을 서울굿에서는 흔히 ‘푸지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골들을 다스리는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 신에게 평등함을 구현하는 일정한 방식이다.

신에게 바쳐진 예물의 신찬과 무당사회에서 이루어진 돈인 석배와 별비라는 경비를 나누어주는 방식이 존재한다. 신찬은 굿에 참여한 경우에 따라서 균등한 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반기](/topic/반기) 또는 봉송이라고 하는 원칙에 입각해서 굿에서 사용한 신찬인 전물을 굿을 한 집마다 모두 골고루 나누어준다. 경비를 공동으로 추렴한 [마을](/topic/마을)굿의 경우에 이 점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굿판에서 이루어진 굿돈의 분배는 더욱 긴요하다. 굿에서 얻어진 원몫의 돈은 석배라고 하고, 나머지 임의적으로 이루어진 굿거리마다 얻어진 돈은 별비라고 한다. 굿을 맡은 당주가 노누메기의 원칙을 근간으로 해서 골고루 나눈다. 가령 ‘[부지깽이](/topic/부지깽이)’ 하나라도 들었던 사람인 [부엌](/topic/부엌)떼기에게도 반드시 나누어준다.

무당들의 구실과 재주 여하에 따라서 자신만이 가져갈 수 있는 대목이 많다면 노누메기는 하되 재주 여하에 따라서 이 경비는 차등을 두어서 지급한다. 특히 특정 굿거리를 맡은 무당은 자신의 재주로 굿판에 참여한 인물들을 모두 만족하게 했다면 그 돈은 자신이 [가지](/topic/가지)고 간다. 그래서 이 돈을 흔히 뜬돈이라고 하며, 이 돈은 재주아치의 몫이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는 전악은 굿마다 자신들이 가져가는 돈이 지정된다. 가령 진오기굿에서 가시문돈과 같은 것은 이들의 몫이다. 이렇듯 일정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한 인물에게 돌아가는 돈이 있어서 서울굿을 재주로 살리는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게 했다.

또한 굿에서 마련된 돈은 일정하게 분배하게 되는데, 이것을 흔히 ‘심’이라고 한다. 아마도 셈이라고 하는 말이 변형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 돈은 보통 방바닥에 놓고 투명하게 헤아린 다음에 이것을 균등하게 나눈다. 이 돈의 분배 방식을 흔히 ‘바닥심’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어느 한사람이 많이 가져가는 일을 막았으며, 분배방식의 투명성이 보장되었다.

이처럼 신에게 바치는 전물과 돈의 경제적 분배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전통은 매우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현재 서울굿에서는 ‘바닥심’은 사라지고 ‘봉투심’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출현했다. 봉투에 담아 돈을 나누어주게 되어 있어 전체 경비가 파악되지 않고 투명한 돈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누메기는 전국적으로 확인되는데 지역에 따라 굿돈의 분배 방식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굿돈이 적은 특정한 고장에서는 굿에서 사용된 제수를 나누는 방식이 특별하게 발달하기도 하고, 갯가 지역에서는 특히 배를 부리는 어업경제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노누메기는 굿판의 경제적 원리보다 인간의 경제적 살림의 단편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굿판에는 신, 사제자, 단골 등의 세 요소가 교묘하게 얽혀 있다.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교환, 인간들 사이의 교환, 사제자의 관점에서 나누는 증여, 신에 의한 순수증여 등이 기본적인 원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굿의 경비는 분명히 교환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참고문헌증여론 (마르셀 모스, 한길사, 1991)
서울굿 열두달 치성의례와 경제적 상관성 연구 (김헌선, 비교민속학 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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