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정동정호제

한국무속신앙사전
영암정동정호제는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 정동[마을](/topic/마을)에서 [정월대보름](/topic/정월대보름) 새벽에 마을의 재난 예방과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샘굿. ‘[[우물](/topic/우물)제](/topic/우물제)’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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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정동정호제는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 정동[마을](/topic/마을)에서 [정월대보름](/topic/정월대보름) 새벽에 마을의 재난 예방과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샘굿. ‘[[우물](/topic/우물)제](/topic/우물제)’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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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인주
정의영암정동정호제는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 정동[마을](/topic/마을)에서 [정월대보름](/topic/정월대보름) 새벽에 마을의 재난 예방과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샘굿. ‘[[우물](/topic/우물)제](/topic/우물제)’라고도 부른다.
정의영암정동정호제는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 정동[마을](/topic/마을)에서 [정월대보름](/topic/정월대보름) 새벽에 마을의 재난 예방과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샘굿. ‘[[우물](/topic/우물)제](/topic/우물제)’라고도 부른다.
내용정동은 원래 ‘샘몰’이라 불리는 [마을](/topic/마을)로, 1000여 년 전에 형성된 반농․반어촌이다. 마을 앞에는 창진포가 있다. 배로 실어 보낼 세미(稅米)를 쌓아둔 창고가 있었고, 목포로 왕래하는 객선이나 신안 앞바다로 드나드는 배가 정박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크게 번성하기도 하였다.

정호제는 [당산굿](/topic/당산굿)을 치고 난 뒤 정동샘(1971년 5월 16일 보수공사)에서 행하는 샘굿을 말한다. 남녀노소가 참여하여 당산굿을 필두로 [샘제](/topic/샘제)를 올리고, 샘물은 풍어제에 사용하였다. 샘굿이 끝나면 2월 초하룻날까지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지신밟기를 하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생기복덕](/topic/생기복덕)을 맞추어 [제관](/topic/제관)을 정한다. 제관 가운데 가장 청결한 집을 선정하여 제사 음식을 준비한다. 제물로는 술, 흰설기떡, [삼채](/topic/삼채), 오과, 포, 육어 등이다. 제사는 유교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초헌](/topic/초헌)관이 잔을 올리고 [독축](/topic/독축)을 한다. [축문](/topic/축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維歲次 (干支) 某月(干支)某日(干支)十五日(干支) 幼學某祭官(姓名)敢昭告于. 높은신 우리 샘 각씨님께 드리옵니다. 금년에도 이 정성을 모아 공을 드리오니, 우리 동네 매사가 형통하고 마을 전체 인물들이 훌륭하게 출세할 것이며, 부락민 전체가 이 샘물이 약이 되어 여러 병질을 몰아내어 무병할 것을 축원하오니 [흠향](/topic/흠향)하옵시고 항시 맑은 물이 되시길 재배 상향.”

[아헌](/topic/아헌)이 잔을 올리고 [종헌](/topic/종헌)이 [첨작](/topic/첨작)한 다음 본격적으로 풍물을 친다. 풍물은 [꽹과리](/topic/꽹과리) 3, 쟁 1, 장구 1, 북 1, [상모](/topic/상모) 3, [소고](/topic/소고) 15, [영기](/topic/영기) 2, [농기](/topic/농기) 1명으로 구성된다. 먼저 1, 2, 3채를 돌려 치고 4, 5채로 풍물패가 서서 재배한 뒤 “컹컹 나으소서, 자발자발 나으소서” 하고 소리에 맞추어 외친다. 샘굿을 1, 2, 3채를 느리게 맞추어 치면서 샘 세 바퀴를 돌고 굿을 그친다. 그런 뒤 제관 이하 마을 사람 및 풍물패 모두 [음복](/topic/음복)을 하고 나서 샘굿을 치고 퇴장한다. 풍물패는 마을 앞 당산에 올라가 당산굿을 친다. 모든 사람이 당산에 들어서면 당산신 앞에 서서 재배하고 굿머리를 돌려 ‘영산다래기’를 쇳소리 없이 한다. 한참 뒤에 다시 1, 2, 3채로 돌려서 ‘[진풀이](/topic/진풀이)굿’을 매긴다. 진풀이굿이 끝나면 풍물패가 당산에서 나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당](/topic/마당)밟이](/topic/마당밟이)를 한다. 참고로 남도문화제에서 불린 정동정호제의 노랫소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선소리](/topic/선소리))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후렴)
정월이라 대보름은 우리 각씨님네 날이라네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우리제원 정성모아 각씨님네 뫼세보세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작년 물은 품어내고 새 물로 채워보세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이-샘터를 잡을 적에 월출산을 주산삼아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태산봉을 노적삼아 이 샘 터를 잡었으니
(후렴)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대한 가뭄 온다 해도 마를 날이 있을손가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우리제원 일심으로 이 정성을 드리오니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황우동심 받으시고 우리 마을 도우소서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고사로다 고사로다 샘 각씨님께 고사로다
이 샘 [명당](/topic/명당) 잡을 적에 [백두산](/topic/백두산) 줄기 타고
태백산을 타고 내려 지리산에서 갈라 [가지](/topic/가지)고
광주 무등을 감고 돌아 월출산 굽이굽이 맑은 정 고히 담고
태산봉으로 몰고 돌아 정동후등 맥을 집어
여기가 바로 약원 약수로고나
아- 물을 마시면은 만병통치 될 것이요
아들 나면 효자 낳고 딸을 나면 열녀 낳고
소를 나면 약대소요 말을 나면 용천마라
훌륭한 인물 많이 배출하여 나라에 이바지하고
마을 단합 곱게 되어 영구불멸 하옵소서
내용정동은 원래 ‘샘몰’이라 불리는 [마을](/topic/마을)로, 1000여 년 전에 형성된 반농․반어촌이다. 마을 앞에는 창진포가 있다. 배로 실어 보낼 세미(稅米)를 쌓아둔 창고가 있었고, 목포로 왕래하는 객선이나 신안 앞바다로 드나드는 배가 정박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크게 번성하기도 하였다.

정호제는 [당산굿](/topic/당산굿)을 치고 난 뒤 정동샘(1971년 5월 16일 보수공사)에서 행하는 샘굿을 말한다. 남녀노소가 참여하여 당산굿을 필두로 [샘제](/topic/샘제)를 올리고, 샘물은 풍어제에 사용하였다. 샘굿이 끝나면 2월 초하룻날까지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지신밟기를 하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생기복덕](/topic/생기복덕)을 맞추어 [제관](/topic/제관)을 정한다. 제관 가운데 가장 청결한 집을 선정하여 제사 음식을 준비한다. 제물로는 술, 흰설기떡, [삼채](/topic/삼채), 오과, 포, 육어 등이다. 제사는 유교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초헌](/topic/초헌)관이 잔을 올리고 [독축](/topic/독축)을 한다. [축문](/topic/축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維歲次 (干支) 某月(干支)某日(干支)十五日(干支) 幼學某祭官(姓名)敢昭告于. 높은신 우리 샘 각씨님께 드리옵니다. 금년에도 이 정성을 모아 공을 드리오니, 우리 동네 매사가 형통하고 마을 전체 인물들이 훌륭하게 출세할 것이며, 부락민 전체가 이 샘물이 약이 되어 여러 병질을 몰아내어 무병할 것을 축원하오니 [흠향](/topic/흠향)하옵시고 항시 맑은 물이 되시길 재배 상향.”

[아헌](/topic/아헌)이 잔을 올리고 [종헌](/topic/종헌)이 [첨작](/topic/첨작)한 다음 본격적으로 풍물을 친다. 풍물은 [꽹과리](/topic/꽹과리) 3, 쟁 1, 장구 1, 북 1, [상모](/topic/상모) 3, [소고](/topic/소고) 15, [영기](/topic/영기) 2, [농기](/topic/농기) 1명으로 구성된다. 먼저 1, 2, 3채를 돌려 치고 4, 5채로 풍물패가 서서 재배한 뒤 “컹컹 나으소서, 자발자발 나으소서” 하고 소리에 맞추어 외친다. 샘굿을 1, 2, 3채를 느리게 맞추어 치면서 샘 세 바퀴를 돌고 굿을 그친다. 그런 뒤 제관 이하 마을 사람 및 풍물패 모두 [음복](/topic/음복)을 하고 나서 샘굿을 치고 퇴장한다. 풍물패는 마을 앞 당산에 올라가 당산굿을 친다. 모든 사람이 당산에 들어서면 당산신 앞에 서서 재배하고 굿머리를 돌려 ‘영산다래기’를 쇳소리 없이 한다. 한참 뒤에 다시 1, 2, 3채로 돌려서 ‘[진풀이](/topic/진풀이)굿’을 매긴다. 진풀이굿이 끝나면 풍물패가 당산에서 나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당](/topic/마당)밟이](/topic/마당밟이)를 한다. 참고로 남도문화제에서 불린 정동정호제의 노랫소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선소리](/topic/선소리))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후렴)
정월이라 대보름은 우리 각씨님네 날이라네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우리제원 정성모아 각씨님네 뫼세보세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작년 물은 품어내고 새 물로 채워보세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이-샘터를 잡을 적에 월출산을 주산삼아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태산봉을 노적삼아 이 샘 터를 잡었으니
(후렴)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대한 가뭄 온다 해도 마를 날이 있을손가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우리제원 일심으로 이 정성을 드리오니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황우동심 받으시고 우리 마을 도우소서
어-야 영 차 물을 품세 어울러서 당거주소


고사로다 고사로다 샘 각씨님께 고사로다
이 샘 [명당](/topic/명당) 잡을 적에 [백두산](/topic/백두산) 줄기 타고
태백산을 타고 내려 지리산에서 갈라 [가지](/topic/가지)고
광주 무등을 감고 돌아 월출산 굽이굽이 맑은 정 고히 담고
태산봉으로 몰고 돌아 정동후등 맥을 집어
여기가 바로 약원 약수로고나
아- 물을 마시면은 만병통치 될 것이요
아들 나면 효자 낳고 딸을 나면 열녀 낳고
소를 나면 약대소요 말을 나면 용천마라
훌륭한 인물 많이 배출하여 나라에 이바지하고
마을 단합 곱게 되어 영구불멸 하옵소서
의의정동정호제는 [민속놀이](/topic/민속놀이)이면서 민속신앙이자 [민속음악](/topic/민속음악)이라는 점에서 종합예술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구전으로 전승되고 있는 서사적인 제사의 유래는 신화적 의미가 있고, 샘굿의 구성이 호남 풍물굿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어 민속음악적 가치가 있다. 또한 샘굿은 [마을](/topic/마을)굿과 연계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축제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영암의 전설집 (영암문화원, 1994)
영암군지 하 (영암군지편찬위원회, 1998)
의의정동정호제는 [민속놀이](/topic/민속놀이)이면서 민속신앙이자 [민속음악](/topic/민속음악)이라는 점에서 종합예술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구전으로 전승되고 있는 서사적인 제사의 유래는 신화적 의미가 있고, 샘굿의 구성이 호남 풍물굿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어 민속음악적 가치가 있다. 또한 샘굿은 [마을](/topic/마을)굿과 연계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축제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영암의 전설집 (영암문화원, 1994)
영암군지 하 (영암군지편찬위원회, 1998)
유래이 [마을](/topic/마을)에서는 정호제를 지내게 된 내력이 설화로 전해 온다. 다음은 『영암전설집』에 소개된 것이다.

[가을걷이](/topic/가을걷이)를 막 끝낸 마을 사람들은 근 한 달째 이곳저곳에 샘을 파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은 어느새 칼날 같은 바람줄기를 몰아대며 갈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은 겨울이 깊어 가고 있음을 가늠케 하였다. 열 자를 파고들어도 물길은 비칠 기색이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 깊숙이 파 내려가던 덕수는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암반에 막혔다고 투덜댔다.

“마을 이곳저곳 파 볼 만한 곳은 다 판 듯한데 이제 어디를 파야 할까요?”

샘 파는 일을 잠시 중단한 마을 사람들은 빙 둘러앉아 새참을 먹으며 제각기 의견들을 내놓았다.

“[우물](/topic/우물) 파기가 [명당](/topic/명당)자리 잡기보다 힘들어서야. 이곳은 물줄기가 말라 버린 곳이야.”

샘 팔 장소가 정해지면 황소같이 덤벼들어 두세 사람 몫을 거뜬히 해치운 덕수는 이제 이골이 난 듯 불평을 터뜨렸다. 노인들은 정성이 부족하다며 제삿날을 잡아 [우물제](/topic/우물제)를 지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15일로 제삿날을 잡은 마을 사람들은 북, [꽹과리](/topic/꽹과리), 장구, [소고](/topic/소고)를 치켜들고 제단 앞에 모였다.

“천지신명이시여 자자손손 먹을 수 있는 생명수를 콸콸 내려주소서. 여기 모인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같이 비나이다.”

마을 촌장은 기원을 끝마치고 술잔을 채워 제단에 올렸다. 며칠째 별러 온 풍물놀이패는 징소리에 발을 맞추어 [제상](/topic/제상) 주위를 빙빙 돌면서 물이 쏟아지기를 축원하였다. 꽹과리 소리는 중모리에서 휘모리로 곡선을 그리듯 울려 퍼졌다. 마디마다 울려 퍼진 징소리만이 애처롭게 물먹은 소리로 밤하늘에 쿵쿵 메아리쳤다.

마을 사람들 가슴에는 이미 샘물이 펑펑 솟아나고 있었다. 징과 북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질 때마다 한 움큼의 물줄기가 들녘을 향해 콸콸 흘러가는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장작](/topic/장작) 두 더미를 살라 버린 불꽃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불 먹은 숯덩이만이 둥그렇게 저녁노을 빛으로 무덤을 이루었다. 술 취한 사람들은 취한 대로, 추위에 떨던 아낙네들은 종종걸음으로 손을 잡고 뿔뿔이 흩어졌다.

“굿도 소용없구먼.”

굿을 마치고 나서 사흘째 다시 우물을 파내던 마을 사람들이 양지녘에 모여 시름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기름진 들판이 널따랗게 펼쳐진 앞뜰은 동쪽으로 가물거리는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모아 넘실넘실 들녘을 파고들었다. 처음 마을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바람막이 소나무가 울창한 둔덕에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마실 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땅속 깊숙이 어디든지 파 내려가면 물줄기는 솟아오르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우물물 얻기가 이처럼 힘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우물을 파는 데 지친 사람들은 누구 하나 새로운 방도를 찾을 생각 없이 움푹 파여진 구덩이를 바라보며 수갑 채워진 손을 하고 앉아 있었다.

“어허 무슨 일이온데 넋 나간 꼴로 앉아 있소이까. 부처님께 [염불](/topic/염불)이라도 하고 계신지요. 관세음보살.”

어디서 왔는지 두툼한 바랑에 [시주](/topic/시주)를 많이 얻은 듯 배가 불러 있는 스님 한 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번들거린 대머리를 좌우로 흔들고는 바랑을 땅에 부리며 주저앉았다. 여느 때 같으면 허리 굽혀 [합장](/topic/합장)으로 공손히 받아들일 사람들도 예를 잊은 듯 이곳을 떠나 다른 정착지로 가야 할 걱정만 앞세웠다.

“이곳은 물줄기가 외줄로 뻗은 형국이군. 단지 한 군데 있긴 있는데.”

스님은 지쳐 있는 마을 사람들이 들릴 듯 말 듯한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물 때문에 온 신경이 쏠려 있던 마을 사람들 귓속에 단지 윙윙거린 한 단어는 물이었다. 모기 소리보다 작은 스님의 물이란 소리만은 귀청을 울리며 큰 소리로 들렸다.

“스님 물이라고 하셨는데 물이 어떻다는 겁니까?”

덕수는 불끈 일어서며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있는 스님 얼굴에 바싹 코를 들이밀었다.

“어허 성미가 급하시면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법이오.”

스님은 느긋한 몸놀림으로 급히 달려드는 덕수의 거동을 진정시켰다.

“이곳에 우물을 파되 20척 정도를 파내려 가면 암반이 보일 것이오. 암반 틈새에 물줄기가 있습니다. 30분 후면 댓잎 3개가 떠오를 것입니다.”

스님은 두 눈을 감은 채 염불을 외우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넋 나간 시선으로 귀를 세우고 있을 때 스님은 이미 바랑을 둘러메고 걷기 시작하였다. 느린 듯 지친 듯 흐느적거린 몸놀림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괴이한 중이로군. 미친 셈치고 한번 더 파 보드라고.”

마을 사람들은 달갑잖은 거동으로 다시 땅을 파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허허한 심정으로 파 들어간 깊이는 해가 넘어갈 쯤 겨우 20척이었다.

“스님이 거짓말은 안 하였을 것이고, 이왕에 파들어 갔으니 조금만 더 파 보소.”

마을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가을 저녁 추위에 덜덜 떨며 물 나오기를 눈 빠[지게](/topic/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야 물이다! 물이 나온다!”

덕수의 삽날이 암반층을 여는 순간 봇물 터지듯 물줄기가 쏟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30분이 지나자 차오른 물 속에서 댓잎 세 개가 둥둥 떠올랐다.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우물제를 지내고 있다.
유래이 [마을](/topic/마을)에서는 정호제를 지내게 된 내력이 설화로 전해 온다. 다음은 『영암전설집』에 소개된 것이다.

[가을걷이](/topic/가을걷이)를 막 끝낸 마을 사람들은 근 한 달째 이곳저곳에 샘을 파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은 어느새 칼날 같은 바람줄기를 몰아대며 갈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은 겨울이 깊어 가고 있음을 가늠케 하였다. 열 자를 파고들어도 물길은 비칠 기색이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 깊숙이 파 내려가던 덕수는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암반에 막혔다고 투덜댔다.

“마을 이곳저곳 파 볼 만한 곳은 다 판 듯한데 이제 어디를 파야 할까요?”

샘 파는 일을 잠시 중단한 마을 사람들은 빙 둘러앉아 새참을 먹으며 제각기 의견들을 내놓았다.

“[우물](/topic/우물) 파기가 [명당](/topic/명당)자리 잡기보다 힘들어서야. 이곳은 물줄기가 말라 버린 곳이야.”

샘 팔 장소가 정해지면 황소같이 덤벼들어 두세 사람 몫을 거뜬히 해치운 덕수는 이제 이골이 난 듯 불평을 터뜨렸다. 노인들은 정성이 부족하다며 제삿날을 잡아 [우물제](/topic/우물제)를 지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15일로 제삿날을 잡은 마을 사람들은 북, [꽹과리](/topic/꽹과리), 장구, [소고](/topic/소고)를 치켜들고 제단 앞에 모였다.

“천지신명이시여 자자손손 먹을 수 있는 생명수를 콸콸 내려주소서. 여기 모인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같이 비나이다.”

마을 촌장은 기원을 끝마치고 술잔을 채워 제단에 올렸다. 며칠째 별러 온 풍물놀이패는 징소리에 발을 맞추어 [제상](/topic/제상) 주위를 빙빙 돌면서 물이 쏟아지기를 축원하였다. 꽹과리 소리는 중모리에서 휘모리로 곡선을 그리듯 울려 퍼졌다. 마디마다 울려 퍼진 징소리만이 애처롭게 물먹은 소리로 밤하늘에 쿵쿵 메아리쳤다.

마을 사람들 가슴에는 이미 샘물이 펑펑 솟아나고 있었다. 징과 북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질 때마다 한 움큼의 물줄기가 들녘을 향해 콸콸 흘러가는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장작](/topic/장작) 두 더미를 살라 버린 불꽃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불 먹은 숯덩이만이 둥그렇게 저녁노을 빛으로 무덤을 이루었다. 술 취한 사람들은 취한 대로, 추위에 떨던 아낙네들은 종종걸음으로 손을 잡고 뿔뿔이 흩어졌다.

“굿도 소용없구먼.”

굿을 마치고 나서 사흘째 다시 우물을 파내던 마을 사람들이 양지녘에 모여 시름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기름진 들판이 널따랗게 펼쳐진 앞뜰은 동쪽으로 가물거리는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모아 넘실넘실 들녘을 파고들었다. 처음 마을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바람막이 소나무가 울창한 둔덕에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마실 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땅속 깊숙이 어디든지 파 내려가면 물줄기는 솟아오르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우물물 얻기가 이처럼 힘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우물을 파는 데 지친 사람들은 누구 하나 새로운 방도를 찾을 생각 없이 움푹 파여진 구덩이를 바라보며 수갑 채워진 손을 하고 앉아 있었다.

“어허 무슨 일이온데 넋 나간 꼴로 앉아 있소이까. 부처님께 [염불](/topic/염불)이라도 하고 계신지요. 관세음보살.”

어디서 왔는지 두툼한 바랑에 [시주](/topic/시주)를 많이 얻은 듯 배가 불러 있는 스님 한 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번들거린 대머리를 좌우로 흔들고는 바랑을 땅에 부리며 주저앉았다. 여느 때 같으면 허리 굽혀 [합장](/topic/합장)으로 공손히 받아들일 사람들도 예를 잊은 듯 이곳을 떠나 다른 정착지로 가야 할 걱정만 앞세웠다.

“이곳은 물줄기가 외줄로 뻗은 형국이군. 단지 한 군데 있긴 있는데.”

스님은 지쳐 있는 마을 사람들이 들릴 듯 말 듯한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물 때문에 온 신경이 쏠려 있던 마을 사람들 귓속에 단지 윙윙거린 한 단어는 물이었다. 모기 소리보다 작은 스님의 물이란 소리만은 귀청을 울리며 큰 소리로 들렸다.

“스님 물이라고 하셨는데 물이 어떻다는 겁니까?”

덕수는 불끈 일어서며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있는 스님 얼굴에 바싹 코를 들이밀었다.

“어허 성미가 급하시면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법이오.”

스님은 느긋한 몸놀림으로 급히 달려드는 덕수의 거동을 진정시켰다.

“이곳에 우물을 파되 20척 정도를 파내려 가면 암반이 보일 것이오. 암반 틈새에 물줄기가 있습니다. 30분 후면 댓잎 3개가 떠오를 것입니다.”

스님은 두 눈을 감은 채 염불을 외우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넋 나간 시선으로 귀를 세우고 있을 때 스님은 이미 바랑을 둘러메고 걷기 시작하였다. 느린 듯 지친 듯 흐느적거린 몸놀림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괴이한 중이로군. 미친 셈치고 한번 더 파 보드라고.”

마을 사람들은 달갑잖은 거동으로 다시 땅을 파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허허한 심정으로 파 들어간 깊이는 해가 넘어갈 쯤 겨우 20척이었다.

“스님이 거짓말은 안 하였을 것이고, 이왕에 파들어 갔으니 조금만 더 파 보소.”

마을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가을 저녁 추위에 덜덜 떨며 물 나오기를 눈 빠[지게](/topic/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야 물이다! 물이 나온다!”

덕수의 삽날이 암반층을 여는 순간 봇물 터지듯 물줄기가 쏟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30분이 지나자 차오른 물 속에서 댓잎 세 개가 둥둥 떠올랐다.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우물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무속학회전북의 독경-칠성풀이 사설 자료양종승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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