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잽이

한국무속신앙사전
서울굿에서 장구반주를 전담하는 [세습무](/topic/세습무)녀. 기대는 계대라고도 부르며 대체로 여성들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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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굿에서 장구반주를 전담하는 [세습무](/topic/세습무)녀. 기대는 계대라고도 부르며 대체로 여성들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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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정의서울굿에서 장구반주를 전담하는 [세습무](/topic/세습무)녀. 기대는 계대라고도 부르며 대체로 여성들이 담당한다.
내용‘기대’라는 용어는 소종래가 아주 명확하다. 기대의 문헌적 전거는 이옥(李鈺)의 「이언(俚諺)」 ‘탕조(宕調)’ 에서 찾을 수 있다.

聽儂靈山曲 내가 흉내 낸 영산곡 소리를 듣고
譏儂半巫堂 반무당 다 되었다고 놀려대지만
座中諸令監 이 자리에 있는 영감님네들
豈皆是花郞 어찌 모두가 화랭이이실까요

章有後庭花 장에는 후정화가 있고
篇有金剛山 편에는 금강산이 있네
儂豈桂隊女 내가 어찌 계대녀가 되랴
不會解魂還 넋을 풀어서 돌아온 것을 만나지 못했네

기대는 광복 이전까지는 존재했지만,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라진 존재로 보인다. 이 한시는 18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기녀들의 질탄한 놀이를 노래한 것이다. 이 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화랭이(花郞)와 계대녀(桂隊女)라는 말로, 이를 통해서 서울 무속의 실상을 찾아볼 수 있다. 화랭이와 계대는 세습무의 남성과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현재의 서울 무속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기대가 적어도 18세기 이전부터 실제로 존재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기대는 서울굿에 참여해서 특별한 기량을 발휘하던 사람이다. 기대의 임무는 단순하지 않다. 굿에서 기대는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기능을 몇 [가지](/topic/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대는 서울굿에서 만신의 전담 [악사](/topic/악사) 노릇을 한다. 만신들은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전속 악사를 두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기대이다. 기대와 만신은 만신이 [내림굿](/topic/내림굿)을 한 후에 곧바로 인연을 맺게 되며 상호 호흡이 굿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기대는 굿거리 진행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했음이 확인된다.

둘째, 기대는 굿에서 적극적인 기능을 하는 인물이다. 만신의 전용 악사로서 기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연행자로서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굿거리의 특정 대목에서 기대는 굿의 일부를 철저하게 수행한다. 특히 서울굿의 가장 특징적인 무가인 [노랫가락](/topic/노랫가락)과 만수받이에서 주무당이 먼저 소리를 내면 이를 받아치는 반복창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굿의 절대적 참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장단](/topic/장단)에만 능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단과 함께 굿의 구조를 알고 문서의 속내를 알아야만 무당과 서로 잘 맞는 굿을 연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대는 굿의 연행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셋째, 기대는 서울굿에서 장편 무가의 전승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다. 기대가 문서에 밝았다는 진술을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그들은 일정한 기억력을 가다듬어서 굿문서를 구송하고, 전승하는데 힘을 쓴다. 무가 전승에서 문서를 장악하고 [구연](/topic/구연)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바로 기대이다. 기대가 서울굿 전승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서울굿에서 긴 문서로 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앉은 굿거리인 과 으로, 이러한 굿거리의 무가를 기대가 전담한다. 장차고 엄중한 어조로 구연되는 서사무가인 와 역시 이들이 전담해서 연행하는 굿거리로, 기대의 능력은 구비전승자로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넷째, 기대는 굿에 정통하고 밝은 인물로 굿을 진두지휘한다. 기대는 반주자로서, 적극적 연행자로서 굿에 기여하며 그 주변적인 일에도 관여한다. 시봉자 노릇을 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굿상 차림을 주도하고, 주요한 앉은굿거리 등의 무가를 당주만신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 한다. 기대는 굿판의 지휘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서울굿에서 기대는 거의 만신의 보조자 노릇을 하면서 굿을 하는 인물임이 명확해졌다. 서울의 기대는 현재 사라졌지만, 과거 굿에서 했던 기능으로 보아 만신보다 더욱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이 기대의 존재들은 지역적으로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비교 연구도 필요하다.

기대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굿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서울의 기대와 거의 같은 구실을 하는 인물이 황해도에서는 상교대, 장구할마이 등으로 불린다. 이들 역시 전속 악사의 구실을 하면서 만세받이나 푸념무가를 받는 구실을 한다. 이들은 강신무권에서 강신으로 행하는 굿거리가 아닌 여타 굿거리의 진행을 도맡았던 굿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세습무권에서도 역시 굿을 하는 무당을 위해 장단을 전담한 사람들의 존재가 확인된다. 경기도 남부•동해안의 화랭이와 전라도 지역의 고인이 바로 그들이다. 이 지역 굿을 연행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여자무당인 것과 달리 반주를 담당하는 화랭이와 고인은 남성으로 분명하게 구분된다. 이들은 주무들의 연행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전담하지만, 특별히 놀이로서 연행되는 부분에서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량을 발휘한다.
참고문헌서울굿의 다양성과 구조 (김헌선, 한국무속학 12, 한국무속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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