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잡이굿

한국무속신앙사전
‘단(丹)’이라고 하는 개인 피부병에 대한 [마을](/topic/마을)공동체의 치병 의례. 이 굿은 2000년 1월 11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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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丹)’이라고 하는 개인 피부병에 대한 [마을](/topic/마을)공동체의 치병 의례. 이 굿은 2000년 1월 11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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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경
정의‘단(丹)’이라고 하는 개인 피부병에 대한 [마을](/topic/마을)공동체의 치병 의례. 이 굿은 2000년 1월 11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내용단잡기는 한 개인이 앓고 있는 피부병을 [마을](/topic/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행하는 공동의 치병 의례이다. 환자와 가족은 단의 발병 초기에는 개인적 차원에서 치유를 강구한다. 그러나 증세가 악화되어 별다른 도리가 없으면 전통적인 치유 방법으로 단잡기에 의존한다. 환자와 가족은 자신의 마을이나 인근 지역에서 단을 잘 잡는다고 이름난 사람에게 진찰을 요청한다. 일단 단으로 판정되면 치유에 관한 모든 것은 단잡이를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맡긴다. 마을 사람들은 단잡이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단 잡을 준비를 하고, 의례가 제대로 거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환자와 가족은 단을 잡아 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더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단잡기 사례에서 마을공동체적 전통을 매우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단에게 먹일 [오곡](/topic/오곡)도 각성받이 다섯 집에서 걸립하도록 한다. 마을 사람들의 정성을 모은다는 의미와 함께 마을공동체의 유대를 잘 보여 준다.
역사단은 고열이 나면서 몸의 일부가 붉거나 푸르게 발진하여 화끈거리는 피부병이다. 단에 대한 민간요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의 병세가 악화되면 [마을](/topic/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단을 잡는다. ‘잡는다’는 표현은 단을 일으킨 병의 원인을 잡아서 병을 고친다는 의미이다. 단잡기 민속은 충남 부여군 일원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충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간헐적으로 전승되었지만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의 단잡기는 부여군청, 부여문화원 관계자 등의 도움으로 1995년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1997년에는 오문선이 ‘현지조사 노트;부여지방의 단잡기’(한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 충청문화연구 5)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였다. 1988년과 1999년에는 이필영이 부여군과 충남도의 요청으로 재차 현지조사를 수행하여 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1999년에 충남도 문화재회의의 심의를 거쳐 내지리 단잡기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역사례단잡기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 은산면 장벌리는 물론 인접 지역인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청양읍 장승리, 서천군, 공주시 등지에서도 전승되었다. 그러나 은산면 내지리 이외 다른 지역에서는 현재 단잡기를 할 수 있는 고로(古老)들이 대부분 사망하였고, 그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은산면 내지리의 단잡기는 단을 진단하는 방법, 단의 병 원인에 관한 관념, 단잡기의 조직 구성, 단의 종류에 관한 인식, [오곡](/topic/오곡) 걸립, 단기 제작 방식, 단을 잡는 절차와 그에 따른 행위 및 [사설](/topic/사설), [부엌](/topic/부엌)의 당상관과 [굴뚝](/topic/굴뚝)의 사령, 단지 처리 방식 등 단잡기의 전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1. 단잡기 구성 : 기본적으로 당상관(堂上官), 전령(傳令), 사령(使令)을 선정한다. 당상관은 단잡기의 준비와 절차, 진행에 관한 일을 도맡아 통솔하고 지휘한다. 당상관은 어명을 받아 단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발동하며, 전령은 사령에게 명을 전하고, 사령은 분부대로 단을 잡아 당상관 앞에 대령한다.

2. 단잡기 준비 : 단 잡을 일시를 정하고, 각성받이 다섯 집을 돌며 오곡을 걸립하는 동시에 12[가지](/topic/가지) 단의 명칭을 쓴 12개 단기(丹旗)를 제작한다. 우선 환자의 식구들이 나서서 각성받이 다섯 집을 돌며 오곡을 걸립한다. 보통 부녀자가 나서서, 한 집에서 한 가지 곡식만을 얻는다. [마을](/topic/마을)의 풍물패는 부녀자와 동행하여 풍장을 친다. 걸립한 오곡으로 밥을 짓고, 이어 단기를 제작한다. 단기는 당상관의 지시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제작한다. 단기의 깃발은 삼각형으로 오린 [한지](/topic/한지)에 주사(朱砂)로 단의 이름을 써서 만든다. 깃대는 한 길 정도의 시누대를 꺾어 사용한다. 이 깃대에 한지로 만든 깃발을 풀로 붙여 12개의 단기를 제작한다. 단기는 환자집의 굴뚝 앞에 나란히 세운다.

3. 단잡기 과정 : 단은 부엌에서 잡는다. 단을 잡는 도구로 소두방(솥뚜껑의 방언)을 사용하였지만 근래에는 [절구](/topic/절구)통을 뒤집어 놓고 사용한다. 부엌 바닥에는 단귀신을 잡아 가둘 조그만 항아리 또는 오줌동이([요강](/topic/요강))를 놓아둔다. 당상관은 [[부뚜](/topic/부뚜)막](/topic/부뚜막)에 걸쳐 앉아 동도지(東桃枝) 세 개를 쥐고 솥뚜껑이나 절구통을 두드리면서 12단을 각각 호명하며 차례로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먼저 “풍단을 잡아들여라!”며 고함을 지른다. 당상관의 호령을 받아 부엌 밖에 있던 전령도 “풍단을 잡아들여라!”며 당상관의 말을 받아 읊는다. 그러면 밖에 있던 사령들이 “예이!” 하고 대답하고 굴뚝 앞으로 가서 풍단기(風丹旗)를 빼들어 부엌으로 달려온다. 이때 “단을 잡아들이라!”는 고함이 멀리까지 울리면 좋다고 하여 단잡기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은 있는 힘껏 복창한다. 이렇게 잡아들인 풍단을 솥뚜껑이나 절구통에 올리면 당상관이 풍단을 동도지로 내리치면서 어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풍단아! 들어보아라! 곤명지주(坤命地主) ○○생 또는 건명대주(乾命地主) ○○생에게 침범한 단은 이 오곡밥을 거룩하게 먹고 네가 모조리 거두어 가지고 한시 바삐 당나라로 속거천리(速去千里) 하라! 만약 그러지 않으면 장두칼로 목을 베어 한강에 처넣으리라! 어명이다!” 이렇게 명령한 후에는 한지로 만든 깃발을 떼어 오곡밥을 주먹만 하게 뭉쳐 싼다. 오곡밥을 미리 마련해 둔 항아리 단지에 넣는다. 동일한 방식으로 청단(靑丹), 황단(黃丹), 홍단(紅丹), 팥단, 태단(太丹), 띠단, [녹두](/topic/녹두)단(綠豆丹), 토단(土丹), [메밀](/topic/메밀)단, 백단(白丹), 두목광솔단(頭目廣率丹) 등을 잡아들여 매질을 가한 뒤, 한지 깃발로 오곡밥을 싸서, 단지에 넣는다. 12단 귀신을 모두 잡아들였으면 단지의 뚜껑을 덮고 왼새끼로 단지를 묶는다. 이를 사령들이 장대에 묶어 어깨에 메고, 손 없는 방위의 적당한 장소나 세거름길(삼거리의 방언)에 가서 묻는다. 이때 단지 위에 소금을 뿌려 단귀신이 다시는 나오지 말라고 위협한다. 또한 그 위에 건초와 땔나무를 놓고 불을 지핀다. 당상관 이하 단잡기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은 환자집으로 몰려가 부엌에 남아 있는 오곡밥을 한 수저씩 떠먹고 난 뒤 풍물을 치며 한바탕 논다. 당상관은 환자에게 “자네의 인심이 후덕하고 선대 은덕이 많아 병마를 물리치고 완쾌되었네!”라고 [덕담](/topic/덕담)을 한다. 이로써 단잡기의 모든 절차는 끝을 맺는다.

4. 단잡기 인식 : 단이 온몸에 [번지](/topic/번지)지 않아 비교적 병세가 가벼우면 하루저녁만 단잡기를 해도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이 심한 경우에는 사흘간 반복한다. 단이 아[무리](/topic/무리) 심해도 하루저녁만 단을 잡으면 눈에 띄게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고열 때문에 얼굴까지 벌겋게 부어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환자라 하더라도 단을 잡는다는 소리만 들어도 목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병세가 심해 사흘간 단을 잡아야 하는 경우에는 오곡이나 단기 등을 미리 세 벌씩 마련한다. 예전에는 단지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단지에 넣었던 오곡밥을 땅에 파묻고, 마지막 사흘째 날에만 단지를 땅에 묻었다. 이렇게 사흘간 반복하면 단은 반드시 잡힌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참고문헌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충남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73)
민간주술료법과 그 형태 유형 (김형주, 향토문화와 민속, 선출판사, 1996)
부여지방의 단잡기 (오문선, 충청문화연구 5, 한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 1997)
소라실장승제 (심우성 외, 공주문화원, 1998)
개인의 피부병에 대한 [마을](/topic/마을)공동체의 치병 의례 - 충남 부여의 ‘단(丹)잡기’를 중심으로 (이필영, 민속학연구 7, 국립민속박물관,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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